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교장 선생의 후원자들은 그 여자가 교장 자격이 없는 것을 알고는 다른 교장들을 감독하는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그 일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 여자를 의회로 보냈고, 그 여자는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 본문 중

 

 

 

1. 줄거리 。。。。。。。   

 

     모두 일곱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이 대서사시는 거의 평생을 대학에서 일했던 C. S. 루이스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쓴 동화다. (실제로 출판된 순서와는 다르지만) 1장에서 나니아가 창조되고 마지막 7장에서 그 나라는 무너지고 그와 비슷하지만 질적으로 훨씬 더 우월한 새로운 나라가 나타난다. 2장은 가장 유명한 내용으로 옷장을 통해 환상 속의 새로운 나라인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네 명의 남매 이야기가 실려 있고, 나머지 이야기들에서는 그 남매들을 비롯한 또 다른 아이들이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서 얽히고설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지난 여름 생일 선물로 받았지만, 읽어야 할 다른 책들 때문에 좀처럼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숙제였다. 일단 펴면 한 번에 읽어야 하는 데 중간중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 재미를 놓칠 수 없었고, 독서모임을 시작하기도 했고, 그 사이에 새로운 일들을 몇 가지 시작하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좀 없었달까.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은 23일간 충분한 반 강제(?) 독서 시간을 보장해준 예비군 훈련이 해결해 주었다. 무서운 일은.. 본문만 10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예비군 훈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내년엔 뭘 들고 가야 하나)

 

 

     일반적인 책들보다 가로, 세로가 약 3cm 가량 더 큰 제본인데도 무려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분량으로 베고 자기 좋다는애교 섞인 투정을 받기도 하지만, 따로 읽어도 좋은 일곱 개의 이야기가 서로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고 만들어 낸 거대한 세계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정도 분량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래도 개인적으론 이런 무지막지한 합본은 책장에 꽂아두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독서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루이스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성경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창조와 타락, 대속과 부활, 믿음과 새 창조의 완성 등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신학적 명제들이 이야기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나온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였기에 이런 신학적 설명들은 철저하게 이야기라는 맥락에서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에 기독교적이 내용이 담고 있다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누가 이런 두꺼운 책을 읽을까. 그런 차원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마음껏 이 작품에서 표현해 낸다. 앞서 말한 신학적 명제들은 어느 것 하나 지나치게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짜인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고 있어서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함께 차를 탔던 훈련 동기 한 명은 내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 담긴 기독교적 은유를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니) 뿐만 아니라 책 전체에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풍자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동화지만 단지 어린 아이들에게만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들도 꼭 한 번은 읽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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