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는 신과 피안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믿음까지도 상실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인간 삶을 극단적인 허무 속에 빠뜨린다.
유사 이래 삶이 오늘날처럼 덧없었던 적은 없었다.
극단적으로 덧없는 것은 인간 삶만이 아니다. 세계 자체도 그러하다.
그 어디에도 지속과 불변을 약속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존재의 결핍 앞에서 초조와 불안이 생겨난다.
- 한병철, 『피로사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