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대해부 - 누가 원전을 재가동하려 하는가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홍상현 옮김 / 당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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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일본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의 공격을 받아 본 국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동시에 일본 전역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50여 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는 점. 그리고 그것들이 세워지기 시작한 시점도 핵공격을 받은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라고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기억상실증을 초래했을까?

 

     책은 원전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여러 집단들 - 우선은 민간기업인 발전회사들에서 시작해 그들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들, 언론들까지 -이 정책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을 통해 ‘일본의 원잔은 잘 관리되고 있으며 안전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각인되도록 홍보할 뿐만 아니라, 돈을 무기로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주무르고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일본 내 원자력시설들을 엄청나게 도입하려고 했던 것은 놀랍게도 미국이라고 지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종전 후, 비록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소련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자력기술력이 약했던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발적으로 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핵물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원자력 시설을 짓도록 유도했고, 일본은 그 중 하나의 실험실이었다는 것.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 신문이 탐사보도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2. 감상평 。。。。。。。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새어 나오고,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수명이 다 된 원자로들이 하나둘 문제를 일으키면서 원자력발전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니 만큼 어느 한 쪽의 의견을 당장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도 지금부터 뭔가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 같지만, 역시나 그런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원전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일본공산당 기관지에서 나온 만큼, 원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선다. 탐사보도의 시작도 일본의 전력회사들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재가동을 위한 지방공청회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자사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도록 독려하고, 주민이 아닌데도 공청회에 참여하도록 해 원전 재가동 찬성의견을 조작해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책은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정부를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고, 그렇게 조종된 권력은 민간 기업의 이익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들어간 돈 보다 훨씬 많이 남는 장사니 할 만하다) 직원이니 언론이니 하는 쪽도 결국 돈 앞에선 고분고분한 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한통속이니 국민들은 알 턱이 없다. 병든 부위가 있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니 정말로 큰 일이 난 후에야 알게 된다. 돈이라는 진통제, 아니 마약의 힘이다.

 

     사실 뭐 우리나라도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라는 게 슬프다. 굵직한 사업마다 동원되는 어용학자들, 자기에게도 떡고물이나 떨어질까 싶어서 나팔수 역할을 하고 다니는 동네 한량들,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토호들과 자칭 지방언론들까지 어쩜 우리 모습과 그리 똑같은지...(아마 일본의 그것을 베낀 게 아닌가 싶기도..)

 

 

     전반적으로 신문기사답게 문제가 되는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 원전의 기원을 재구성하는 2부는 인상적이다. 다만 비판의 근거가 좀 더 구체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원전반대를 전제하고 있어선지, 그것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세부적인 설명이 적다. 그저 원전은 문제가 많으니 폐쇄해야 하는 건데 그걸 재가동하려고 애쓰는 놈들은 나쁘다는 논리만 보인다고나 할까. 또, 일본의 ‘원전 신화’에 대한 효과적인 비판도 좀 더 설명되었더라면 책으로서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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