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윤리학
박명랑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다우기술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영화가 시작되면 진아(고성희)에게 전화하는 명록(조진웅)이 등장한다. 그는 진아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붙어 있는 악덕 사채업자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과 만나고 있는 김교수(곽도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는데, 유명 국립대교수인 그는 사실 유부남으로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

 

    짧은 섹스 후 가족 모임을 이유로 김교수는 곧 사라지지만, 진아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하던 전 남자친구인 현수(김태훈)가 들어와 완강하게 거부하는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아파트 건너편 동의 정훈(이제훈). 교통계 경찰인 그는 진아의 집에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훔쳐보던 중 사건을 알게 되었다.

 

    경찰은 진아의 몸에서 나온 정액을 근거로 김 교수를 체포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고 점점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다. 한 여자를 두고 네 명의 남자들이 벌이는 더러운 다툼. 인간은 어디까지 비열해질 수 있는가?

 

 

 

 

2. 감상평 。。。。。。。  

 

     사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위에도 썼듯이 지저분하다. 굳이 곱씹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구성하는 능력만큼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극 초반 정훈의 감시 카메라와 도청장치로 묘사되는 진아의 방은 훔쳐보기라는 원초적 자극을 통해 영화에 급속도로 몰입시키는 좋은 장치였다. 또 각각의 캐릭터가 확실해서 그들의 서로 다른 논리에 근거한 궤변을 듣는 것은 독특한 재미(?)를 준다.

 

    다만 극 후반에 문소리가 연기한 김 교수의 아내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런 잘 짜인 구성이 급격히 흐트러지는 느낌을 준다. 뭐 어떻게든 나쁜 놈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겠다는 의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눈에 띄게 자의적인 구성에 긴장감이 사라져버린다. 차라리 영화의 마지막 20분은 없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

 

 

 

 

     영화 속 진아를 제외한 인물들은 한결 같이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한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였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전 남자친구는 물론, 어린 여자 데리고 두 집 살림 하면서도 자기 체면에, 그리고 나중엔 위자료라도 뜯어낼까 전전긍긍하는 김 교수는 우리 시대의 비열한 자칭 사회지도층들의 전형이다. 여기에 자신은 도청, 도촬만 했을 뿐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며 자신의 관음증을 변호하는 정훈은 자신은 철저하게 숨긴 채 온라인 공간과 같은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욕지거리를 비롯한 편견들을 쏟아내는 수많은 악플러(라고 쓰고 정신이상자라고 읽는다)들을 떠올리게 하고, 오로지 자기의 돈만 생각하는 악덕사채업자 명록 또한 사람보다 물질이 더 중요하고 근원적이라고 생각하는 삐뚤어진 의식을 대표하는 식이고.

 

     영화 속 명록의 대사처럼 오늘날 현대인들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감정’, 그 중에서도 분노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좀 바꿔 말하면, 다른 원리나 규칙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 멋대로 살겠다는 것이고, 누가 이걸 방해하기라도 하면 복수를 통해 내 것을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당연히 이런 세상은 오로지 힘만 통하는 정글과 같은 사회로 전락할 것이고, 그런 곳에서 약자들은 언제나 눌리고 뺏기고 버려질 뿐이다. 마치 영화 속 진아처럼.

 

 

     배우들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젊은 배우인 이제훈은 확실히 제대로 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고, 나머지 출연진 역시 연기 쪽은 어디 가서 욕 먹을 만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이게 좋은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게 만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뭔가 영화제작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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