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노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찮게 사건수사에 참여하게 된 한국의 유학생 상훈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일본 역사학계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광개토대왕비와 칠지도의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극우세력들의 음모와 관련된 살인사건들을 축으로, 일제강점기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 당했던 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과 그들의 후손들과 관련된 이야기, 북한의 정세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10여 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딱히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작품 속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 북쪽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는 않은 채 국방위원장의 젊은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여전히 일본의 어용사학자들과 극우 정치인은 엉터리 이론으로 교과서까지 조작하며 망언을 밥 먹듯 내뱉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이 우리의 영토마저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강한 역사의식 고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뭐 이 점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종종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야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작품을 소설이 아니라 딱딱한 강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형식은 소설 속 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통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아 여기선 지금 작가 자신이 하고 싶어 준비해 놓은 걸 넣었구나 싶은 데가 눈에 띈다.

 

     이번 책의 경우 지나치게 판이 크게 벌여진 건 아닌가 싶은 느낌도 준다. 일단 무대부터가 동경 유학생인 주인공이 시베리아 벌판까지 헤매더니, 약간은 뜬금없이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등장해서 일본의 역사의식을 꾸짖는다. 판이 커지다 보니 사건의 전개에도 지나치게 우연적인 요소들이 자주 보이기도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 넓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얻어내는 건 개연성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차라리 좀 더 밀집도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타당성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고, 문화재에 대한 관심 역시 낮은 수준이다.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군인정권의 낮은 문화,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쩌면 당장의 따뜻함을 위해 1등 당첨 로또 복권을 불쏘시개로 사용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차곡차곡 자신들의 논리를 준비하며, 필요하다면 왜곡과 은폐, 억지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일본과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정말로 배우는 게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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