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연상호 감독, 권해효 외 목소리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예정인 한 마을에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들어온 사기꾼 최경석. 그는 스스로 장로라고 칭하면서 서울에서 성철우라는 이름의 목사를 데려와 마을에 기도원을 차린다. 곧 이주를 하게 될 주민들을 위해 신앙촌을 건설하겠다며 헌금을 모금하고, 신통한 효력이 있다는 생명수까지 판매하기 시작하는 최경석. 하지만 성 목사는 그런 의심스러운 짓을 하는 경석을 강하게 막지 못하고 오히려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늘 술에 취해 있거나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말 할 때마다 욕을 달고 사는 민철. 딸이 어렵게 벌어 놓은 등록금 통장을 가지고 나가 노름판에서 탕진하고, 여기저기 막 살아온 그는 우연히 시내에 나갔다가 최경석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누구를 믿어야 할까.

 

 

 

2. 감상평    

 

     영화 포스터에는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언뜻 사이비 종교를 비판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사회의 ‘불신’이라는 문제를 다루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물려준 돈으로 기업 운영을 하면서, 평생을 고위층에 뇌물 퍼주고 검사들에게 떡값 챙겨주더니 다시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고 편법 증여하다가 감옥까지 다녀온 이 모 회장이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직해야겠다’는 말을 했다는 우스운 소리부터, 임기 내내 거짓말만 반복하며(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악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전 국토를 파괴했던 4대강 공사, 엄청난 규모의 해외 자원투자에 성공했다면서 실은 엄청난 손해만 끼쳤던 사건 등등) 엄청난 국가 부채를 만들고도 여전히 자기가 잘했다고 주장하고 돌아다니는 전직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의 공약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현직 대통령까지, ‘불신’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좀 먹는 문제꺼리다.

 

 

     이 영화 속에서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겉으로는 한 없이 자애롭게 보이지만 실은 마을 주민들을 등쳐먹으려 하고 있는 최경석과 천하의 난봉꾼이지만 최경석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 김민철. 마을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짓 위로를 약속하는 최경석에게 신뢰를, 김민철에게는 불신을 보낸다. 낡은 점퍼보다는 양복을 입은 사람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의 착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

 

     겉으로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어리숙한 사람들은 그래서 속이기가 참 쉽다. 사물과 세상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은, 찬바람에 거리로 나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한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보다 양복 입고 세금으로 비싼 음식을 먹으며 방송에 나와 점잖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이 더 쉽게 믿어진다. 자기 출근 시간이 조금 더 늦어진다고 파업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쉽다. 나중엔 자기들이 생명수라고 알고 마셨던 물이 단순히 수돗물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만, 그 땐 이미 챙길 거 다 챙기고 마을을 뜬 이후일 텐데.

 

 

 

 

     감독의 전작인 ‘돼지의 왕’ 때도 그랬지만, 영상이나 시나리오가 꽤 극단적인 감이 있다. 날카로움이 지나쳐서 그 칼을 쥔 사람의 손까지 베어버릴 것 같은 칼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 작품에서도 그려지고 있지만,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그 방식이 난폭해서는 결국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니까. 이런 면에서 비판을 하면서도 단순히 분노로 가득 찬 구호만이 아니라 낙관과 소망, 품위를 함께 담아서 하자고 말하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주장은 한 번쯤 곱씹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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