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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나무 그늘 아래서 - 인간과 교육과 진보에 대한 프레이리의 사색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브라질의 유명한 교육학자인 파울로 프레이리가 만년에 쓴, 인간 계몽과 교육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의 모음집. 저자는 이 책에서 교육이란 기득권자들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타파하고, 인간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참으로 민주적인 경제와 정치체제를 위한 것이어야 함을 역설한다.
2. 감상평 。。。。。。。
『페다고지』, 『자유의 교육학』 등을 통해 접했던 파울로 프레이리의 또 다른 저작. 만년에 쓰인 책답게, 논지의 전개에서는 능숙함이 엿보이고, 그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이 반영되어 단지 교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회 전체에 대한 좀 더 큰 그림을 담아내고 있다.
살인적인 입시경쟁(실제로 수능철이면 전국에서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니 ‘살인적’이라는 말이 과한 것 같진 않다), 붕괴된 공교육(이는 자연히 은행저금식의 오로지 기술적인 교육에만 특화된 사교육의 광풍을 불러왔다. 어쩌면 그 순서가 서로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뿌리 깊은 학벌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에도 꽤나 필요한 조언이다. 틈만 나면 이해찬식 정책이 교육파탄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기득권층은, 정작 ‘실용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으로 이 나라 교육의 씨를 근본적으로 말려버리고 있는 주범이 아니던가.(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학생을 자원의 수준으로 전락시킨 것도 MB정부였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기득권층이 강제하고 있는 ‘영혼 없는’ 교육을 모두 이수하더라도, 결국 소수의 특권 귀족, 혹은 귀족에게 입양된 이들을 빼고는 결국 죽도록 일하다가 죽는 인생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 청년의 불안을 정상적인 것인 양 미화하는 것도, 크게 보면 이런 기존 체제에 대한 옹호, 혹은 반발을 잠재우려는 숙명론에 다름 아니다.
프레이리는 좌파적 입장을 가진 교육사상가이다. 우리나라에선 뻔뻔한 기득권층들이 좌파 하면 바로 무슨 북한의 지령을 받는 괴물 정도로 세뇌시켜 놨지만, 프레이리의 사상 어디에도 독재에 대한 미화나 군국주의적 태도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오늘날 이런 것들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나라는 돈 가진 자의 천국이자 20세기 들어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침략을 해 온 미국이나, 자칭 우파가 집권하고 있는 일본 같은 나라가 아니던가.(프레이리가 북한과 연계 있다는 말은 아직 없다. ㅋㅋ)
물론 좌파라고 해서 모두 한 가지 의견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좌파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당장에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다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 좌파적 정책들에는 기존의 기득권자들에 밀려난 사람들을 다시 일으키고 사회에 건전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교육정책에 있어서 인간의 도구화를 촉진시키는 현재의 제도는 서둘러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개인적으론 왜 우파 진영에선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제도나 사회체제를 만들지 못하는 지 의문이다.)
브라질의 현실정치 상황이 많이 언급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 비판은 단지 분노에 찬 선언이 아니라 희망과 비판적 낙관, 그리고 윤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말과 민주적 교육자에게 있어서 모범적인 일관성이야 말로 그들의 권위를 지탱하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