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열 살 때 납치된 소녀 나타샤. 그녀는 알지 못하는 남자의 집 지하에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좁은 방에서 무려 3096일 동안 ‘사육’되었다. 감금과 학대 속에서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기억하려 하며 버텨낸 나타샤는 마침내 이기고 만다.

 

 

2. 감상평    


     영화는 감금된 소녀가 어떻게 납치범에게 ‘적응해 가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감독은 정 반대로, 그 끔찍한 일들 속에서도 어떻게 소녀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왔는가를 보여준다. 납치범에게 나타냐가 보내준 미소는 적응의 미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그녀는 미소 뒤에 굳은 의지를 갈고 또 갈아 날카롭게 벼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굳은 의지였다.

 

 

     나타샤를 납치하고 감금해온 볼프강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마초이자 독재자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하는 그는, 자신의 반대파는 무조건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에서 나타샤에게 독재적으로 행동하는 볼프강에게는 어머니라는 또 다른 독재자가 있었다는 것. 장성한 아들의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식사를 준비해주고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듯 엄격한 훈계를 늘어놓는 그녀에 대한 억압을 나타샤에게 풀어내고 있다고나 할까. 여자에게서 시작된 폭력이 다시 여자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사실 모든 게 밝혀진 뒤 그저 자살을 택하는 볼프강의 모습은, 그에게 무슨 대단한 명분이나 이유 따위는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저 자기보다 더 약한 대상을 만나자 위축된 자아가 왜곡된 채 튀어나왔을 뿐,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괜찮은 존재라고 자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자신감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타샤 역을 맡은 두 여배우(어린 나타샤와 좀 더 큰 나타샤)의 열연이 돋보였다. 스토리 자체는 단선적이었지만, 두 여배우의 열연으로 이야기에 깊이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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