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모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이야기들을 백과사전식으로 편집한 책. 세계 곳곳에서 신화와 속설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엉뚱한 발상들이 담겨 있다.

 

 

2. 감상평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이어온 베르나르의 ‘이야기 수집’이 이번엔 훨씬 더 두꺼운 책으로 모아져 나왔다. 앞서의 두 권을 모두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의 상당수는 이미 한 번 이상 (사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에도 ‘쥐의 똥구멍~’에 나왔던 내용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접해봤던 내용들이었다.

 

     몇 개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이전만 같지 못했고, 새로운 지적 자극보다는 이젠 정(情)으로 읽는다는 느낌이 더 든다. 특히나 책에 실린 내용들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항목들도 보이고(이를테면 539페이지의 ‘태아’라는 항목은 이미 헤켈 생전에 조작으로 판명된 - 하지만 한심하게도 교과서에 여전히 나오고 있는 - 발생학적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항목들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의 불일치도 자주 보인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책 자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사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딱히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사람마다 독특한 걸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베르베르의 경우는 이야기꾼이다 보니 이야기 자체를 수집하는 취미를 갖게 된 것도 뭐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이젠 개인의 취미와 공적인 노출 사이에는 좀 더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반의 기발한 상상력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에 좀 더 많은 걸 담아내려는 압박감까지 더해져서 최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확실히 초기작들보단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두꺼운 노트를 보니 확실히 어떤 벽에 부딪힌 건 아닌가 싶은 우려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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