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시드니 루멧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아마도 당신은 30분간 천국에 있을 것이다. 악마가 당신이 죽은 것을 알기 전까지는.”

 

     부동산 회사에서 회계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앤디. 퇴직한 직원 명의로 월급을 빼돌리던 그는 자신의 부정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동생 행크와 함께 귀금속점을 털 계획을 세운다. 처음에는 형의 계획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행크도 결국 돈에 쪼들리는 상황에 처하면서 그 계획에 동참한다. 문제는 앤디가 털기로 한 귀금속점이 그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는 사실. 앤디는 토요일 오전에는 부모님이 나오지 않으시고, 가게는 보험에 들어있기 때문에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범행 당일. 얼굴이 알려진 앤디는 직접 나서지 않고 행크가 그의 친구와 함께 강도질에 뛰어든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앤디 대신 혼자 나섰던 그의 친구는 총을 꺼내들었고, 상점을 지키고 있던 노파를 쏘고 만다. 그런데 아뿔싸, 그녀는 앤디와 행크의 어머니였다.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닥친, 최악의 하루.

 

 

 

2. 감상평    

 

     어떻게 보면 스토리의 구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인물들의 관계도 뚜렷하고, 사건도 단 하나의 중심소재를 두고 그에 대한 반응을 그리고 있으니까. 대신 감독은 편집을 통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낸다. 즉, 각각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예를 들면 사건 3일 전 앤디, 하루 전 행크 하는 식으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그린다. 이런 편집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그 충격과 반향을 점점 증폭시킨다. 그것은 단순한 한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이다. 마치 악마와 한 방에 앉아 있어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처럼.

 

    악마가 당신이 죽음을 알기 전까지 고작 30분 동안 천국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의 한시성, 유한성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단지 영화 속 앤디만이 아니라 배금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인들 전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한 것 같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볼만하다. 최근에 봤던 ‘마지막 4중주’에서 자신의 연주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로버트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주기도 했던 필립 호프만도 그렇고, 그의 주변 인물들 역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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