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3
노암 촘스키 지음, 이종인 옮김, 장봉군 그림 / 시대의창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반정부운동가 노암 촘스키가 다양한 강연에서 청중들과 했던 대화들을 책으로 엮었다.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 여기에서는 미국의 추악한 제국주의화 과정과 이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주류 언론의 야비함을 주로 다루고 있다.



2. 감상평   


     20세기 들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가장 광범위한 테러를 지원하며, 나아가 독재자들의 주요 자금과 무기 공급책을 맡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나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다.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라는 명목 아래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과 파괴, 그리고 수탈이 자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의 편인 양 행세한다. 결국 그들은 막강한 군사적, 경제적 우위를 가지고 세계를 종속시키는 탐욕스러운 국가에 다름 아니었다. 비밀 지정 해제가 된 여러 정부문서들을 토대로 한 촘스기의 날카로운 지적은 미국 정부의 이중성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의 배후에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권력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그렇게 획득한 권력을 항구적으로 독점하려는 기업들, 소수의 특권층들이 있었다. 주류 언론들은 자체적인 검열을 통해 이런 특권층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사를 만들어냄으로써, 민주주의로 위장된 전제적 국가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미국의 상황을 열심히 베껴서 적용하려고 발버둥치는 무리들이 있다는 점이다. 언론을 장악하고, 기업활동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기 위해 온갖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을 낮추는 대신 일반 국민들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율과 각종 요금은 올리는 전형적인 정책들은 지난 몇 년간 당연하다는 듯 추진되었고, 이에 반대하면 당장에 온갖 채널(여기에는 공식적인 정부발표보다는 수준 이하의 여당 관계자들과 각종 어용단체들, 그리고 쓰레기 언론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들을 동원해 빨갱이, 종북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일상화되었다.

 

     모든 것이 명백히 소수의 특권 귀족들을 위한 중세적 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형식상의 투표용지를 하나 손에 쥐었다고 자기들이 대단한 양 착각하는 시민들은 그마저도 정확히 자신들을 노예화 시키는 집단에게 투표하고 있으니.. 저자의 말마따나 매일같이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저자의 분석은 대체로 날카롭다. 하지만 동양 쪽의 상황은 일반적인 서양인들의 나이브한 이해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이를 테면, 일본의 식민지배가 유럽의 식민지배와는 달리 한국이나 대만 등을 발전시켰다는?), 사회학적인 문제 이외의 종교와 같은 영적 차원에 관한 인식도 계몽주의시대 이후의 근대인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저자의 날카로움은 종종 같은 편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베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도 좀.. 뭐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신민(臣民)이 아닌 시민(市民)으로 살고 싶다면 확실히 노력이 필요하다. 그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듯이, 거저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자유와 업적과 권리를 빼앗으려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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