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모이는 성당에서 일하는 박신부는, 부모를 잃고 언니와 단둘이 사는 중학생 연미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연미의 성경쓰기를 봐주기로 한 어느 날 밤, 아버지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듣고 병원에 가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날 밤 연미는 성폭행을 당하던 중 질식사 하고 만다. 다음날 연미의 언니인 수현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박 신부는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수현을 찾아가 사과를 하려 하지만, 충격을 받은 그녀는 좀처럼 사과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 신부의 진심어린 사과에 조금씩 마음이 열린 수현. 둘은 연미의 유골을 들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함께 모텔에 투숙하며 사흘간의 섹스를 나눈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이 잡혔지만, 연미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수현과 박신부는 좀처럼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친구인 최신부를 찾아 나선 박신부,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고해성사를 요청한다.

 

 

2. 감상평   

 

     그냥 시종일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 영화 전체적으로 대사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빼면 더욱 적어진다)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감독은 자주 화면의 좌우의 일정부분을 검은색 그림자로 처리하고 중앙의 사각형 앵글 안에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갇힘’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하지만, 그런 작위적인 영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인물들의 대사나 영상 모두 감독이 지나치게 뭔가를 의식하고,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게 너무 보여서 말이지..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급작스러운 죽음인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때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다. 그런데 이 영화 속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영화는 어느 순간 현실성을 잃어버리고, 감독만의 세계로 붕 떠버리는데, 그 때부터 영화 속 인물들에게 공감하는 게 쉽지가 않아져 버린다.

 

 

     영화는 논리적 흐름보다는 감정적 흐름에 좌우되고 있다. 충동적이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들이 영화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하다. (수현과 박신부 사이의 생뚱맞은 섹스나, 뜬금없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친구에게 고해성사를 하려는 박신부의 모습 등등) 겉으로만 보면 대단히 차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과잉에 휩싸여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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