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파시즘 -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 전쟁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타야마 모리히데 지음, 김석근 옮김 / 가람기획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요약      


     책은 20세기 초반 아시아 지역에서 한창 승승장구하던 일본이 왜 2차세계대전의 추축국의 일원으로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전쟁에서 패배하고 몰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살피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였던 일본은, 엄밀히 말해 전쟁에 직접 참여한 당사국이라기엔 모자란다. 물론 독일이 중국에 가지고 있던 조차지에 대한 공격으로 실전을 경험해 본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지전에 해당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 총력전화 되면서 필요한 막대한 군수물품을 생산함으로써 일본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일본이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전에 참여하면서 일본 군부는 전쟁의 양상이 기존의 보병중심의 돌격전에서 포병중심의 과학전, 현대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 일본은 앞서 언급한 중국내 독일 조차지에 대한 전투인 칭다오 전투에서 이런 깨달음을 십분 살려 최신식 전투 기법을 시험해 보았고, 그 효과는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 총력전 양상의 현대전에서는 필연적으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후방자원이 중요해진다. 이건 단지 예비군 같은 병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화약과 고무, 유리, 철과 같은 진짜 자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일본은 영국, 미국과 같은 국가에 비해 그런 자원의 절대 양도, 질도 역부족인 상황. 과연 이 ‘못 가진 나라’가 ‘가진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뭐 그렇다면 강대국과의 전쟁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으련만,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나보다.(뭐 그리고 전쟁이란 건 언제 누구와도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결국 무형의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쉽게 말해 정신력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책은 이런 경향을 강화시키는 여러 일본 내 사상가들의 입장과 그 근원을 추적해낸다. 옥쇄니 가미가제니 하는 비이성적인 태도들에 대한 찬미는 이런 사상들에 기원한 것. 하지만 처음부터 허무맹랑한 기초 위에 세워진 전략은 결국 2차대전에서의 몰락을 초래하고 말았다.

 

 

 

2. 감상평    

 

     저자는 일본의 파시즘을 ‘미완의 파시즘’이라고 진단한다. 파시즘은 일종의 독재주의를 가리키는데, 일본의 경우는 독재적 체제를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고, 그 결과 국가를 총력전 체제로 전환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전쟁에 패배해버렸다는 이해다. 일차적으로는 일본 내에 파시즘적 시도에 대한 반대하는 이성적인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고, 또 일본의 정치 체제 자체가 특정한 세력이 전권을 장악하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그래도 2차 세계대전 때는 군부의 독주가 대단하긴 했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 일어났던 이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입장이 왜,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고 발전해 왔는지를 매우 훌륭하게 밝히고 있다. 그저 일본의 국민성이 이상해서, 혹은 몇몇 정신병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국민들을 선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일본이 세계의 최종적인 통치자가 되었을 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있을 것이라는 뿌리 깊은 자민족 우월주의,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자신들이 (그게 역사건, 신이건 누구 혹은 무엇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주의에서 시작되었다.(비슷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던 유대인들이 단지 이방인들을 무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이 비전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전쟁을 선택했고, 실제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이기기 위해 그들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정신력을 강화하다보니 옥쇄 같은 헛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본 우익의 전형적인 언사들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그래도 꼴에 극우라고 끼리끼리는 통한다는 건지, 자파(自派)의 이익에 반대되는 집단은 온갖 색깔론부터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매장시켜버리고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들이 나와도 모르쇠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저급한 정치인들과 그 주변에 썩은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초파리 같은 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식의 위험한 생각을 퍼뜨리기 위해 ‘국격’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말을 멋대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위해 국민들은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자기들의 망상에 빠져 세계대전까지 뛰어들었다가 수많은 일본 국민들을 희생시킨 전례를 따라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

 

     좋은 세상에 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세상의 조건 중 중요한 하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자꾸만 억지를 부리는 인간들은 중요한 위치를 맡으면 안 되는 거고, 거짓말이 익숙한 인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이젠 거짓말을 해 놓고 억지까지 부리면서도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니..


     억지 앞에 상식은 종종 힘을 잃기 마련이다. 결국 일본은 상식이 억지 앞에서 무너진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든 어디에서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깨어있어야 하는데, 뭐 현대의 민주주의라는 게 상식에 의해서보다는 선동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더 강하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