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공할 힘 C. S. 루이스의 우주 3부작 3
C. S. 루이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성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영국의 브랙톤 칼리지의 교원인 마크. 대학의 주류에 편입되어 성공하는 것이 목표인 그는 선배 교수의 권유로 ‘국가공동실험연구소’라는 단체에 (지나치게) 좋은 조건으로 영입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좀처럼 연구소에서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마크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연구소는 브랙톤 칼리지 소유의 한 숲을 매입해 일대를 완전히 헤집는 거대한 공사를 시작한다.

 

     한편 마크의 아내인 제인은 얼마 전부터 이상하고 무서운 꿈을 꾼다. 그녀의 꿈은 실은 실제로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일어날 일들을 보는 일종의 예지몽이었다. 그 꿈들은 연구소에서 벌이고 있는 거대한 음모에 관한 것이었고, 이를 눈치 챈 연구소 측은 그녀를 잡기 위해 마크에게 관심이 있는 척 했던 것.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주의에 기반해 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멸절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려는 연구소 측의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제인은 이 음모를 막으려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지구의 미래를 건 대결에 뛰어든다.

 

 

2. 감상평   

 

     C. S. 루이스의 ‘우주 3부작’을 마무리 하는 책답게, 우선 그 분량부터 엄청나다. 전작들의 두 배 이상이 되는 두툼한 두께. 담겨 있는 내용 역시 인류 역사 전체를 꿰뚫는 듯 거대한 사상들이 맞부딪힌다. 인간 이성을 숭배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연구소 세력과 영적인 존재를 인정하며 그와의 협력적인 삶을 모색해나가는 피셔-킹(전작의 랜섬이다)의 공동체는 정확히 유물론적 세계관과 유신론적 세계관 사이의 대결을 옮겨 놓고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유물론적 세계관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여러 군데서 지적한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방법론적인 한계(오직 그것의 도구로 측정할 수 있는 것만 말할 수 있다)와 존재론적인 한계(결국 그것은 그 세계관을 주장하고 있는 인간의 가치마저 먼지로 전락시켜버리는, 그래서 언제라도 쓸어버리면 그만인)를 드러내면서, 그것이 가진 (애써 부정하고 있는) 종교적 특성까지도 꼬집어 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이야기로만 읽을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책에 대한 찬사들은 다 거짓말이었으리라.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과 함께 판타지 문학의 선구자이기도 한 루이스는 작가로서도 뛰어난 명성을 얻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작가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각각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단선적이지 않고 풍성하다. 소설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의 ‘국가공동실험연구소’를 ‘국공연’이라는 약칭으로 부르는 부분. 처음부터 입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 어색한 발음이 나는 이름인데다, 왠지 모르게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냥 ‘연구소’라고 부르거나 영어식 약자인 N.I.C.E.라고 표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저자의 다른 책들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인생과 세상에 관한 탁월한 통찰들이 어떻게 이 소설 안에 녹아져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물론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 루이스가 쓴 모든 책이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읽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저자가 작품 속에서 비유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거대한 세계관들의 전쟁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책 속의 마크처럼 주저주저하다가 정말로 중요한 걸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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