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하던 외국인들을 실은 컨테이너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들 대부분은 죽어 있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그렇게 들어왔고, 급속도로 분당구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감염된 지 단 이틀 만에 치사율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도시는 급격히 혼란에 빠진다.

 

     이 혼란 중에 우연히 만난 인해(수애)에게 반해버린 소방구조대원 지구(장혁)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과 딸 미르(박민하)마저 감염되었음을 알고 이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감염내과 의사(로 추정되는) 인해를 축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가 그려진다.

 

 

 

 

 

2. 감상평    

 

     일단 소재는 괜찮았다. 미확인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도시 전체가 공포에 빠진다는 소재 자체는 몇 편의 영화들과 드라마(최근에 OCN에서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도..)에서도 활용했던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역시 익숙한 동네가 등장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것 자체로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다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줄 무게 추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좀 든다. 초반에는 지구와 인해의 로맨스로 시작하나 싶더니, 도시 전체가 대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고작 두 번 본 인해와 그녀의 딸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던지려는 지구의 모습이나,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딸 구하겠다고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빼내려고 꼼수를 부리는 인해의 태도 역시 사랑이나 모성애 보다는 집착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하는 마동석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은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 영화를 시끄럽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하고.. 뭔가 일관성 있는 영화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달까.

 

     영화 후반부에는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시키려고만 하는 무능한 여당 국회의원과 총리, 그리고 미국에서 온 요원들과 국민들을 지키려는 대통령 사이의 어이없는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는데, 대통령에게 반대하고 군대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국무총리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전작권 운운하며 미국 폭격기를 보내겠다고 협박하는 미국측 인사 역시 영화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그냥 좀 심하게 과장돼 있다는 느낌만 준다.(물론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다는 것이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어떤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좀 극단적으로나마 그려내 보았다는 데 의미는 있다. 하기야 ‘전시’는 ‘극단’이 상시화된 상황이 아닌가)

 

 

 

 

 

     집단 수용을 하면 분당에 사는 주민 50%가 죽을 수 있다는 박사의 경고에, 20만 명이 죽더라도 2500만 명을 살리는 게 낫지 않냐는 헛소리를 주워섬기는 국회의원과 총리의 뻘짓 대사는, 그런 소리가 단지 영화에서만 나오지 않고 있다는 데서 충분히 실감나게(?) 다가온다. 지금도 국회의원 공천 한 번 더 받겠다고 여당 내 유력자에게 충성맹세 하는 문자 보내는 찌질한 의원들이 있는 상황이니. 지난 몇 년 동안 이 나라에선 상식적인 것들이 무시되는 일들이 참 많기도 했으니, 이건 뭐 국민들의 위기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한 깊은 뜻이 담긴 건가.

 

     전개에는 논리적 연결이 부족하고, 결론이나 주제에는 힘이 부족하다. 꽤나 여러 작품들을 만든 감독인데도 아쉬운 면이 아직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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