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과 황제 - 1453년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 세계를 바꾼 리더십의 격돌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이미 많은 작품으로도 만들어졌던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다룬 책이다. 앞뒤에 붙은 잡다한 부분들을 빼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 부분은 며칠 동안 계속된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가 동로마제국(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과정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가상의 비망록(로마의 황제와 오스만의 술탄이 각각 남긴 것으로 상정된)을 근거로 당시 상황에 대한 허구적 재구성을 다루는 부분이다. 끝으로 세 번째는 저자 자신이 현지 조사를 하며 보고 느꼈던 내용들을 일종의 기행문식으로 짧게 남긴 이야기다.

 

 

2. 감상평   

 

     저자 이름이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민자당 때부터 신한국당, 한나라당, 그리고 최근에는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그 정당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하다가 마지막엔 국회의장까지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력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하고라도, 그런 정치인 출신이 이런 역사 관련 서적을 냈다는 게 흥미롭다.

 

    책 자체만 두고 볼 때, 우선 저자는 본문의 구성 방식, 그러니까 비잔틴의 마지막 황제가 적어 놓은 비망록이 발견되고 이에 메흐메드 2세가 그의 비망록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다는 것을 가장 특별한 점으로 꼽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가상의 책을 상정하는 방식이 처음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이미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도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책에서 유사한 방식을 사용한 바 있다), 그렇게 가상으로 만들어 낸 비망록의 내용도 실제로 황제나 술탄이 썼음직한 것보다는 그냥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의 저자가 썼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서술적이고, 부수적인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오랫동안 기독교 문화를 꽃피웠던 유럽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이슬람교에 기반한 세력이 유럽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다. 물론 이미 그 이전에도 이슬람 문명의 침투는 시작되었지만, 서로마 제국이 함락된 이후 로마 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고 있다고 자부했던 동로마 제국의 수도가 술탄에게 정복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 책에선 사건 그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그 사건이 좀 더 큰 맥락에서 주는 의미를 제대로 부각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남아 있는 자료들을 연구해서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실감나게 살려내려고 노력했던 부분은 인정하지만, ‘역사적인 주제의식을 참신한 문체와 다양한 형식 속에 용해하고 있다’거나(이어령),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후사를 다룬 지금까지의 저서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희수)라는 추천사는 받을 정도일까 싶다. 이름도 꽤나 알려진 교수들인데 저자랑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이런 책임감 없는 추천사를 남발해서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