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익스트림 필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이탈리아 남부의 한 작은 마을. 염소를 치는 노인은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로 염소젖과 바꾼 성당 바닥의 먼지를 매일 밤 물에 타 마신다. 날이 밝으면 염소들을 데리고 집근처 풀밭으로 나갔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노인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와 함께 다니던 개만 요란하게 짖는다. 작은 사고로 우리가 무너지면서 염소 떼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집까지 들어온 그 중 몇 마리를 바라보며 노인은 숨을 거둔다.

 

     그러나 염소를 치는 일은 누군가에 의해 계속되고, 새로 태어난 새끼 염소 한 마리는 산에서 길을 잃는다. 다른 것들보다 월등하게 키가 컸던 나무 한 그루는 베어져 마을의 축제에 사용되고, 축제가 끝난 후에는 숯가마로 넘겨져 숯으로 변한다.

 

 

2. 감상평 。。。。。。。     

 

     대사 한 마디 없이 염소들 목에 달려 있는 종소리와 교회의 종탑, 개가 짖는 소리와 바람이 풀과 나무들을 스치는 소리들로만 사운드를 구성한 영화. 사람들은 몇 마디를 나누는 장면도 있으나, 그런 부분은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으로, 혹은 카메라를 뒤로 멀리 빼 대화가 들리지 않게 처리한다.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줄이고 말 그대로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려고 한 작품.

 

     당연히 감상이 쉽진 않다. 특별히 주인공이 누구인지 말하기도 어렵고, 사건의 전개라고 할 것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영화 속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불분명하다. 매일처럼 규칙적인 노인의 삶은 이게 앞에 나왔던 장면인지 새로운 장면인지마저 헛갈릴 정도이고, 영화의 구성 자체도 가장 처음과 끝이 동일하게 숯가마를 비춰주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말 그대로 자연(自然)을 담아낸 영화라고 할까.

 

 

     영화엔 시간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되풀이된다는 식의 윤회론적 시간관이 두드러진다.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새롭게 태어나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는 베어져 숯이 되고, 다시 숯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그 가운데 사람과 염소는 딱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건가.

 

     사람들이 예술영화라고 하고, 영화의 형식 자체도 좀 파격적이라 뭔가 감동을 느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랴.. 딱히 그렇겐 하기 싫은 걸. 영화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일부러 멋들어진 문장들을 남발하며 짐짓 젠 체 하는 건 내 취향도 아니고. 영화 속 비어 있는 공간들은 과도하게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보단 그냥 비어 있는 채로 내버려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영상 속 염소들의 모습이 예쁘다. 어떻게 이런 장면들을 연출(?)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염소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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