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주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아람어 석사학위, 생물학 학사학위, 영화학 석사학위를 비롯한 잡다한 면허증들을 가지고 있는 앙투안. 가끔씩 대학에서 교수들이 펑크 낸 강의들을 대타로 채우는 강사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지만, 정교수 같은 게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런 앙투완의 고민은 남들처럼 세상에 쉽게 적응을 할 수가 없다는 것.

 

    결국 자신의 지나치게 많은 지식이 사회부적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그는 스스로 바보가 되기로 결정한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남드링 먹는 고열량 정크푸드를 시켜 먹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가끔 출강하던 학교마저 때려치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쓰게 된 앙투완은 학창시절 친구의 도움으로 증권중개인이 된다. 일은 성공적이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스포츠카를 타고 명품 옷을 걸치고 헬스클럽 회원에 등록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지만, 그의 마음 속 한 구석은 여전히 편치만은 않다.

 

 

2. 감상평 。。。。。。。    

 

     너무 많은 지식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똑같은 것을 봐도 그 이면에 감춰진 한심하고 절망적인 현실까지 봐야 하는 ‘지성인(이 말은 한 줌이나 될까 싶은 자신의 지식을 팔아 개인적 이익이나 추구하는 싸구려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의 삶이란 얼마나 피곤하고 고단할까. 작가는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바보’가 되어버리겠다는 소설 속 앙투완의 결심을 통해,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화려하고 성공적인 삶을 보이는 것들이 실은 생각 없이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라는 주장이니, 좀 엉뚱해 보이지만 단순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결국 작가는 한없이 발전하고 진보하고 있다는 현대의 문명과 인간들의 자만이 뭘 얼마나 나아지게 해왔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인간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해 내고, 허락만 된다면 언제든 복제인간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그들, 최첨단의 투자 기법으로 실제 하는 돈의 몇 십, 몇 백 배나 되는 엄청난 금액의 가상 거래들을 성사시키고 그 ‘컴퓨터 게임’의 대가로 엄청난 돈을 챙겨가는 그들, 초호화 요트에 개인용 비행기에 축구장처럼 넓은 집에서 흥청망청 살아가는 그들은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결국 인간의 가치를 물건으로 격하시키고,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세상을 그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조작하고 망치고 있는 건 그런 ‘잘 살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소설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복잡한 문제가 너무 어이없게 풀려버리는 결론부는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놓고 보기엔 좀 아쉽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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