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려움을 하소연하기 시작하면 시계를 보게 되고,
화제를 바꾸려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김에 자리를 바꿔 앉는다.
남의 고통에서 떨어져 앉는 것은 하나의 방어 본능인 것일까.
떨어져 앉지 않으면 내가 감당해야 할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아 겁이 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엉기거나 질척거리지 말고 쿨하게 구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법이란 것을 교과서 밖에서 많이도 배웠나 보다.
- 류은숙, 『사람인 까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