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인 더 우즈
드류 고다드 감독, 크리스 헴스워스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줄거리 。。。。。。。   

 

     휴가를 보내기 위해 외딴 오두막집으로 놀러간 다섯 명의 친구들. 모처럼 집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며 제대로 놀아보려고 했지만, 시작부터 그 집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지하실에서 오두막의 옛 주인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물건들을 발견하고, 그 중 한 일기장에 적힌 라틴어 문장을 읽자 집 주변에 숨어 있던 좀비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좀비들의 습격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었으니, 다섯 명의 친구들의 모습을 처음부터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었던 어떤 사람들이 바로 그것. 스스로 인류를 위해 대단한 봉사나 하고 있는 양 떠벌리는 그들은, 친구들을 차례차례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영화는 네임벨류가 그닥 높이 않은 젊은 배우들이 등장해, 멀리 놀러 갔다가 하나씩 괴물들에게 당한다는 ‘13일의 금요일’ 유의 B급 슬래셔 무비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모든 상황들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하얀 옷 입은 사람들의 존재를 보여주면서 뭔가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할만한 설정의 부재는, 그들이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인류를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원보다는, 그냥 집단 관음증에 빠져 있는 변태들로밖에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한편으로, 피해자들을 좁은 건물, 혹은 엄격히 제어되는 공간 안에 집어넣고, 실험으로 포장된 고통을 주며 관찰한다는 설정은 ‘큐브’ 시리즈나 ‘쏘우’를 살짝 떠올리게도 했지만, 그 영화들과 비교하기에는 심리 묘사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인신공양. 전 인류를 살리기 위해 다섯 명의 젊은이들을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내모는 일을 가리키는 전통적인 용어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하 소수의 희생은 예부터 칭송받아온 일이긴 하지만, 집단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소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건 좀 다른 이야기다. 이 경우 대개 그 ‘소수의 희생자’는 힘도 빽도 없는 약자들이니까 비겁한 일이 되기도 한다.

 

     수천 년, 수백 년 전이나 있었을 것 같은 이런 희생 떠넘기기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보와 힘을 독점하고 있는 주류는 그렇지 못한 약자들의 희생 위에 자신들의 번영을 즐기고 있고, 공동체가 얻은 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딱지를 붙이고는 분노와 증오를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좀 더 노골적으로, 그리고 비틀린 채로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인간성의 바닥을 보는 건 실제 현실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란 말씀. 기술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성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만큼은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사람들은 딱히 더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시작부터 뭔가 엄청나게 크고 심각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처럼 무게를 잡았지만, 약간 황당하게 끝나버린 영화. 특히 영화 말미에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수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딱히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이너 쪽의 슬래셔 무비로 갈지, 메이저 쪽의 음모이론이나 환타지로 갈지 결정을 못하고 갈팡질팡 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