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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까닭에 -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음 / 낮은산 / 2012년 11월
평점 :
1. 요약 。。。。。。。
오랜 시간 동안 인권운동을 해 온 저자가, 자신의 삶과 경험들을 섞어 인권운동이라는 큰 항목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얼굴들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2. 감상평 。。。。。。。
책 전체에 걸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연대’라는 단어다. 생각해 보면 인권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제까지 그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약하고 소외된,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일 테니, 연대라는 가치야말로 인권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만약 우리 사회가 원래부터 이 연대라는 것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굳이 인권운동 같은 것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즉, 우리 사회의 연대가 깨어졌기에 누군가는 소외되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종종 공격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연대를 가로막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지난 용산 참사를 보자. 정부에서는 재개발을 이유로 원래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쥐꼬리만 한 돈을 쥐어주고는 내쫓으려 했다. 쫓겨나기를 거부한 사람들은 농성을 시작했고, 이에 공사를 맡은 민간회사들은 돈을 주고 깡패들을 고용해 농성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누가 강자고 약자인지 뻔히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바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강자들이 만든 법에 따르면 ‘제 3자’가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면 끼어들지 말고 그냥 네 갈 길이나 가라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선택을 강제하는 법이다. 왜? 그래야 강자들의 이익을 좀 더 손쉽게 달성할 수 있으니까. 약자들이 똘똘 뭉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다루기 쉬우니까.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사회적 연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근대 이후의 역사발전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 각성하고 함께 뭉치기 시작하면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과 영주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세금을 거두지 못하도록 하더니, 나아가 지도자를 투표로 선출할 수 있게 되고, 그 권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확산되었다. 노동자들은 조합을 만들어 비인간적인 대우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 경영자들과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는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다 연대의 열매였다. 연대를 막는 이들이 노리는 건 그러니까 정확히 이 과정을 역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런닝맨’에 등장했던 초능력자가 되고 싶었나보다. ‘시간을 거스르는 자!’.
꼭 무슨 ‘운동’이 아니라도 우리 사회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여기에 연대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게 하고. 다만 책의 내용은 사실과 감상, 논리적 전개와 저자의 개인적 느낌이 한데 엉켜 있어서 내용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 경우가 제법 보인다. 확실히 실제로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일하면서 글을 쓰다보면 냉정함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좀 더 이론적인 내용과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감상들을 아예 구분해서 교차 배열하는 구성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