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1985년. 군부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반정부 투쟁을 벌이던 김종태를 불법적으로 구금한다. 집요한 폭행과 학대 속에서도 북한과의 연루설을 부정하던 그를 처리하기 위해 고문기술자 이두환이 나섰고, 견디기 힘든 고문 속에서 김종태는 서서히 내부로부터 파괴되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세상은 바뀌었지만, 장관까지 된 김종태는 여전히 이두환의 휘파람 소리의 환청을 듣고 있다.

 

 

 

 

2. 감상평 。。。。。。。   

 

     지금은 타계한 김근태 전 의원의 일화를 영화적으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를 찍은 배우들 모두가 고생을 많이 했겠다 싶었다. 고문을 당하는 김종태 역을 맡은 박원상은 물론, 그를 고문하는 역할을 맡은 이경영이나 명계남 같은 배우들 역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상했겠다 싶은 영화. 고문이란 게 그것을 가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모두를 망가뜨리는 무엇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이다』를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이 바뀌긴 했는데 좀 이상하게 바뀌었다. 군사정권은 남의 재산을 강탈할 권한을 마구 휘둘렀는데, 민주정부는 그 장물을 되돌려 줄 권한이 없었다. 과거사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채 권력만 민주화되어 힘이 빠진 것이다. 부당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한테 더 좋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과거 나쁜 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산다. 돈 있고, 권력을 소유하고 있으니 틈만 나면 과거를 미화하고 심지어 그 돈과 권력을 동원해서 호시탐탐 정치적 영향력까지 얻어 버린다. 그러다보니 통치자와 국가를 동일시하고, 정부와 나라를 같은 것으로 여기는 전체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을 가지고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한심한 일이다.

 

     여전히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 수령님’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가 저지를 불법적인 권력찬탈과 수많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그들의 삶을 파괴한 악랄한 일들을 미화시키는가 하면, 전두환이 물가 하나는 잘 잡았다며 경제논리에 모든 걸 종속시키는 어용학자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나라. 그리고 깊은 생각 없이 여기에 동조해 함부로 투표하는 시민들이 넘쳐나는 나라.

 

     오늘 아침 특별 당비로 2억인가를 바치시고 여당 무슨 위원장 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께서는, 제1야당을 향해 공산당 운운하는 발언으로 본인의 텅 빈 머리를 산뜻하게 보여주시니.. 이건 뭐 저 북쪽의 독재 국가랑 사상적이고 정치적인 면에서만큼은 어쩜 이렇게 닮아있는지. 같은 민족이라는 건가.(그나저나 그 아주머니 북쪽 가시면 반동 꽤나 때려잡으실 기세. 붉은 깃발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게 아닌가 싶다.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 없이 그저 화해와 통합부터 외친 게 문제였다. 민주화 된지 20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정부기관에서 도청과 사찰, 그리고 여기에 이어지는 고소 고발을 통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자기 멋대로 설칠 수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여기에 있을게다. 과거에 대한 일그러진 이해는 이렇게 오늘 우리들의 삶 또한 망가뜨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미국이 관타나모를 비롯한 전세계 수용소에서 그러고 있는것처럼, 언제 또다시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 땅에서 고문이 다시 자행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든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게 단지 과거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사람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영화가 좀 무겁기도 하고, 이야기 구조 자체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 번은 볼만한 영화. 어두운 과거는 그냥 감추고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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