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좋아하던 학교 오빠를 따라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된 은아. 하지만 은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소년들은 너무나도 친절한 판사에 의해 모두 풀려나게 된다. 딸의 죽음에 얽힌 충격적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림은 법이 하지 못한 심판에 직업 나서기로 한다. 딱히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더 뭐가 있을까.
2. 감상평 。。。。。。。
개봉 전부터 충격적인 소재로 인해 관심을 끌었던 영화.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동네 극장에서는 빨리 내려버렸다. 난 막차를 탄 셈인데, 겨우 이틀이 지난 오늘 확인해 보니까 더 이상 상영을 안 하는 듯. 문제는 역시 완성도에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소재가 특별하고 주제의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라는 건 그 자체로 어느 정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구색도 맞고 해야 할 텐데 아쉽게도 이 영화는 중구난방이다.
영화 말미에 자막을 통해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려는 의식은 보여주었지만, 그게 영화 자체로 충분히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검사의 한탄 몇 마디나 무미건조한 판사의 선고문 낭독만으로 법체계상의 문제점을 강조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딸의 복수에 나선 유림에게 집중하면서 일종의 자력에 의한 정의실현을 그려내고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유림은 시종일관 서투르고 주저하며 정확한 목표설정조차 못하고 있으니까. 차라리 그녀의 복수가 좀 더 악랄하고 처절했다면, 역설적으로 주제의식을 확실히 강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림 역의 유선이나 은아 역의 남보라의 경우는 열연을 펼쳤고, 하다못해 공범으로 등장한 조연배우들도 중간은 갔다. 문제는 역시 조한 역의 동호. 춤추며 노래하는 댄스가수 그룹 출신의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이토록 제대로 된 발연기를 보게 되는 것도 오랜만이다. 대사처리의 목소리 톤은 절망적이고, 당연히 그 이외의 디테일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한 수준. 처음부터 최소한의 오디션도 안 한 건지, 아니면 투자자 쪽에서 적당히 한 명 쯤은 꽂아 넣어야 한다고 우긴 건지,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정리하자면, 두 여배우가 애쓰는 건 확연히 보였으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감독의 연출력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동호의 연기력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독이 말하려고 했던 주제가 묻혀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 그저 나이가 어리다고 책임에서 면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불변하는 진리가 아닐진대, 어쩌면 우리는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감상적인 접근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여기에 지독하리만큼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마초주의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