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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는 기독교 - 바벨론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비전
브라이안 왈쉬 지음, 강봉재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0년 10월
평점 :
1. 요약 。。。。。。。
저자가 진단하는 현재 기독교회의 상황은 바벨론 포로가 된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의 상황과 같다. 힘과 권력을 중심에 둔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 속에서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것. 그 결과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사회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기에 이른다. 저자는 세상과 구별되지 못한 이런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그리스도인은 역사의 종말을 소망 안에서 바라보며 자신이 서 있는 상황을 선지자적으로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감상평 。。。。。。。
리처드 미들톤과 함께 쓴 ‘그리스도인의 비전’이라는 책이나, 역시 그 둘이 쓴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고 있는 저자다. 이번 책은 공저자가 아닌 단독 저자로 나왔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앞서의 책들과 비슷했다. 확실히 대가의 느낌이 물씬 든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확실히 교회 밖의 지배적인 논리에 순응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더 높고, 더 웅장한 무엇을, 더 많이, 더 큰 규모라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교리를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 양 받아들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의 안과 밖의 차이가 줄어들어버렸다. 굳이 구별되지 교회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고, 이는 실제 통계적인 감소로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교회는 성경보다는 세상을 더욱 더 따라 가는 전략을 택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선지자적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고, 그보다 앞서 교회 자체에 대한 반성과 비판조차 잘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정확히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교회가 선지자적 목소리를 힘 있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별히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선지자가 예레미야다. 유다 왕국이 멸망할 당시 활동했던 선지자이기도 했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바른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던 젊은이였다. 저자가 풀어 나가는 예레미야의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저자는 자기반성에도 충실하고 있다. 기독교회가 범하고 있는 잘못들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 자신이 속하기도 한 개혁주의 신학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 - 지나치게 지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 까지도 지적한다.
최근에 ‘도대체 교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난 이 책을 추천해줬다. 2천 년 전 가장 역동적이었던 조직이, 그리고 그보다 또 수천 년 앞서도 가장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던 전통이 오늘날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도 굳이 일부러 물어볼 필요 없이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그 교회의 일원으로서 참 답답했다.
얇은 책으로, 큰 그림만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책 속에 소비와 번영을 우상으로 섬기는 오늘날의 세상에 대해 교회는 분명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부분이 어느 정도 담겨 있기는 하지만 만족보다는 갈증이 느껴진다. 현실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분석과 실제적인 통찰을 담은 좀 더 풍성한 책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