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떨 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절망이든 슬픔이든, 채무든 식구의 불행이든 실연이든 뭐든

자살할 가치가 있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일까.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컵 속에 있는 물은 반드시 가득 차야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 있을 때도 컵이 기울어지면 쏟아져 버린다.

 

누구의 컵도, 결코 텅 비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컵은 흔들리고 있다.

틀림없이, 누구나 저마다의 진폭으로.

 

내 컵은 지금 어느 정도 각도로 기울어 있을까?

 

- 시게마츠 기요시,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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