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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 - Up In The Ai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1년에 고작 40여일만을 집에서 보내고 그 외 모든 시간들을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보내는 라이언 빙햄. 그나마 집에서 보내는 며칠을 끔찍하다고 여기는 그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을 뿐이고, 결혼과 가족, 성공과 같은 것들은 내려놓아야 할 짐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인생 뭐 있냐’는 신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직업은 해고전문가. 직원을 해고하기를 원하는 경영자의 의뢰를 받아 직접 해고당사자들을 만나며 법적인 절차를 알려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전역을 내내 날아다녔던 것. 직접 사람들을 만날 필요 없이 화상으로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신입 나탈리를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갓 졸업한 이 새파란 후배에게 좀 더 품위 있는 방식을 직접 가르쳐주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편 어느 날 밤 한 호텔의 바에서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알렉스란 여성을 만나면서 무미건조한 그의 삶에도 색깔이 덧입혀지는 듯했다. 쿨하게 시작했지만 알렉스와 함께 보내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감정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일찍부터 이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보통 두 가지 중 한 길을 선택한다. 종교나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적 주제에 귀의하거나 철저한 현실주의자가 되거나.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애써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결혼과 가족,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 따위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공항 수화물 수속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짐을 정확하게 여행용 가방 하나에 넣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보내는 그의 유일한 인생 목표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천만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것. 쉽게 말해 별다른 목표 따위는 없다는 말. 그러면서도 굳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려는 이유는 또 뭔지.
포스터의 홍보문구가 와 닿는다. 목적 없이 떠도는 당신의 인생은 괜찮으냐는 질문인데, 상업영화 치고는 꽤나 철학적이다. 영화의 클레이맥스는 그 자신도 사랑과 결혼의 의미 따위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던 라이언이 여동생과의 결혼식을 얼마 앞두지 않고 결혼을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던 짐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결국 감독은 어차피 다 죽는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더라도, 연애와 결혼, 배우자와 자녀, 함께 설계해 가는 인생 같은 평범하고 소소한 의례들에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넌지시 담아 보여준다. 도착하면 쓸모가 없어지더라도 적어도 여행을 하는 중에는 물통이며, 손수건이며, 모자 같은 것이 다 버려야할 짐인 건 아니니까.
영화 곳곳에 삽입된 실제 해고자들의 인터뷰 내용은 이런 주제의식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적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일해 왔던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공통적으로 가족이었다. 가족과 친구가 짐일 뿐이라고? 17년 동안 인간관계 쌓기에 전념한 달인 고독 김병만 선생님이 말합니다.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두 여배우를 능숙하게 리드하면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역시 조지 클루니답다는 말이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주제까지 딱히 흠잡을만한 부분이 없는 영화다. 개봉된 지는 좀 됐지만 못 봤다면 꼭 한 번쯤은 볼만 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