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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박건용 감독, 김주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1950년 혼인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설희. 그러나 그 해 여름 예정된 혼인 날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전쟁이 일어난다. 설희가 살고 있는 석정리에도 인민군 한 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 들어와 진주하게 되었고, 설희와의 결혼을 앞둔 사내는 살기 위해 도망한다. 마을 주민들은 살기 위해 인민군에게 협력을 하기 시작했고, 이 와중에 인민군 장교인 정웅과 설희 사이의 과거 인연이 드러나면서 묘한 감정이 싹튼다.

2. 감상평 。。。。。。。
뭐 다른 영화랑 굳이 비교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영화 자체로만 이야기해보자. 한 마디로 영화 자체는 딱히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석정리에 진주한 인민군 정도 되는 마을 주민들의 각개약진이 두드러졌을 뿐, 개개의 인물들의 비중을 적당히 조절하고 주제에 집중하도록 하는 감독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박해진이나 변희봉, 양정아, 김상호 같은 탄탄한 조연들이 만들어내는 깨알 같은 매력이 담긴 장면들을 다 삭제하는 게 아까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래서는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묘한 식사만 준비될 뿐이다. 결국 감독이 원했던 게 뭔지, 이념을 초월한 남녀의 열렬한 사랑인지, 아니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민군 장교의 고민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한편의 개그 콘서트인지 알려는 줘야 할텐데 말이다.
앞서 설명한 조연들의 연기력이야 누가 뭐라 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기에 자연히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인 김주혁과 정려원을 집중하게 되었는데, 김주혁은 그냥 선방 했고, 정려원은 그다지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내지 못한 것 같다. 근데 딱히 별로 설득력이 없는 캐릭터여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사랑인지, 연민인지, 인류애인지 감독은 감을 잡고 있었을까)

그래도 영화에서 한 가지를 끌어내자면, 민초(좀 무거운 단어이긴 하지만)들의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일제의 악랄한 통치를 견뎌내고, 해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해 낸 그들은 다시 인민군 아래서의 불안함도 녹여내고 사는 길을 찾아낸다. 그런 그들이 총을 든 연합군 앞에서 또 한 번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인상이 찌푸려지기보다는 슬프다. 아마 영화의 클레이맥스라고 해야 할 듯한데, 여기까지 오는 데 좀 오래 걸렸다는 게 문제.
결국 전쟁은 힘을 가진 사람들 간의 문제이고, 어차피 저 기층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먹고 살아야 하는 거라는 메시지를 감독은 던지고 싶어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주혁과 정려원이라기 보다는 백씨 역을 맡은 김상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처음부터 마을 사람 전체가 주인공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구성력과 연출력의 문제. 내용은 나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