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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1 : 국내편 ㅣ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90년대 인터넷 연재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판타지 소설 퇴마록이 소장판으로 리뉴얼되어 나왔다. 서로 다른 사연으로 특별한 힘을 갖게 된 네 명의 주인공들이 악한 영적 세력들과의 싸움을 벌여간다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첫 부분인 만큼 각 인물들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들과 인물들의 능력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2. 감상평 。。。。。。。
어린 시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밤을 새워 읽곤 했던 퇴마록 시리즈가 ‘소장판’이라는 탐나는 이름으로 다시 나왔다. 요새는 많이 줄었지만, 그 당시는 이 시리즈가 들어온 후에는 동네 책 대여점을 참 번질나게 드나들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는 말인데,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그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감기 몸살로 어려운 책이 눈에 안 들어와 그냥 틈나는 대로 머리나 식힐 겸 손에 들었다가,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단숨에 읽어버렸으니.
사실 내용도, 형식도 대단히 혼합적인 이 소설은 통속소설의 기본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끊임없는 시련에 직면하면서 종종 자신들의 일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나아가 그 정당성을 묻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를 위한 길을 선택함으로써 슬기롭게 문제를 헤쳐 나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토속신앙부터 가톨릭의 엑소시즘의 요소들, 그리고 중국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현란한 무술들까지 더해지면서 흥미를 끌만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히 그저 그런 통속소설로 끝나지 않은 것은 역시나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이게 그냥 완전한 상대주의로 빠지는 감이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어떤 대의명분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말하려고 하고 있다. 왜 악인들을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괴물들이 설치고, 귀신들이 날뛰어도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라는 것일까.
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이 폭행을 당해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세상. 머리 퍼머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후배 여중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키고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여학생.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폭력을 당하는 이들이 있어도 제3자 개입금지 운운하며 이를 도우려는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인간관계의 단절을 조장하는 정부. 정작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 냄새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 이즈음, 사람 이야기는 이런 소설 속에서밖에 찾을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