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라인드 - Bli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사고로 눈을 다쳐 시각장애인이 된 수아는 어느 날 밤 자신이 탄 택시가 뺑소니를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녀가 진술하는 내용만으로는 좀처럼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사고를 직접 목격한 기섭은 현상금을 준다는 말에 경찰에 나가 신고를 했고, 그는 사고차량이 택시가 아닌 외제차라고 말한다. 보이진 않지만 듣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수아와 범인과 그의 차를 본 기섭, 그리고 이들과 함께 범인을 쫓는 조형사의 활약이 뭔가 길을 찾았다 싶을 즈음, 살인자는 증인들을 없애기 위해 은밀한 추격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와우 대단히 잘 만든 스릴러물이다. 눈이 아닌 청각과 후각, 촉각으로 범인을 느낀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김하늘은 이 매력적인 인물을 잘 연기해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수아 역의 김하늘은 드라마 온 에어 이후 가장 잘 맞는 역할을 맡게 된 듯하다. 영화로 본 유승호도 빼어난 얼굴만큼 연기력도 점점 발전해나가는 듯했다. 여기에 영화에 재미를 덧붙여주고 수아와 기섭을 이끌고 사건을 전개시켜나가는 조형사 역의 조희봉도 나름 역할을 해냈고, 사이코패스형의 소름끼치는 범인 역의 양영조라는 배우도 연극에서 익힌 실력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괜찮게 된 캐스팅의 좋은 예. 아,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역할은 수아의 안내견 초롱이 역을 맡았던 큰 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여기에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했다. 특히나 볼 수 없는 수아의 ‘시야’를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시도는 절묘했다. 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이렇게도 표현해 낼 수 있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를 지나치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실감나는 추격신을 그려냈고, 쓸 데 없이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갖도록 만든다. 아쉬운 것은 영화 말미의 지나치게 환한 에필로그였는데, 앞서의 이야기들과 분위기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못 봐줄 그런 건 아니니까. 아무튼 두 시간 여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빠른 전개는 큰 장점이다.

덧.
영화를 보면서 문득 얼마 전 동기 여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옷을 벗겨 추행하고 영상까지 촬영했다던 고려대 의대생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 연쇄납치범도 낮에는 정상적인 산부인과 의사였지만 밤에는 자신의 욕정에 따라 여자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철저하게 자기의 의지만을 관철시키면서도 아무런 가책을 못 느끼는 그런 종류다. 결국 전자 같은 이들이 후자가 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그놈들 처리가 됐나 모르겠다.
영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려 없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너무나 쉽게 병신이라는 말로 그들을 모욕하고, 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영화 속 안내견인 슬기만이 그런 수아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데, 이건 뭐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