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마크 A. 놀, 박세혁 / IVP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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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복음주의 지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바로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이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책은 시작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역사학자답게 초기 미국 교회가 품고 있었던 풍성했던 지적인 자원들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살피는데, 이에 따르면 현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성결운동’과, 현실보다는 성경의 예언들의 분석과 예측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세대주의’, 그리고 방언과 같은 특별한 성령 체험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했던 ‘오순절 운동’ 등이(저자는 이들을 총칭해서 ‘근본주의’라고 부른다) 그 주요원인들이다. 그리고 그 결과 교회는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책의 결론부에서 저자는 복음주의 진영에 희망적인 몇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미국 복음주의 진영이 근본주의적 요소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지적 영역을 무시하지 않고 발전시켜왔던 기독교 내 다른 공동체들과의 교류도 일어나고 있으며, 특별히 철학과 같은 영역에서는 큰 부흥의 시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복음주의 진영의 복음에 대한 열정은 그 자체로 큰 자산이다.

 

2. 감상평 。。。。。。。                  

 

     미국에서 지난 1994년에 출판된 책이니, 이제야 이 책을 읽은 것은 좀 늦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전히 한국 교회에 충분히 울림을 주고 있으니, 이건 좀 슬픈 현실이라고 해야 하나.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는 미국 교회가 30년 전, 50년 전 겪었던 문제를 이제야 따라가면서 같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미국복음주의 진영의 문제는 또한 한국의 보수적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거의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관한 저자의 입장은 약간 애매해 보이기도 한다. 자연(과학)과 성경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전제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과학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서, 과학적 발견이나 정리에 맞지 않는 성경해석은 수정해야 한다는 식으로까지 나아갈 여지를 두는 것처럼도 보인다.(그럴 경우 어디까지 수정해야 하는가, 하나님이 하신 일로 기록된 본문들의 상징적인 것들로만 해석해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저자는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과학주의라는 세계관이 지닌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나도 전선戰線이 진화나 낙태 등에만 한정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너무나 성급하게 상대에게 내 손에 든 모든 카드를 넘겨주고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말미에 이 ‘스캔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간략한 내용이 실려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캔들’의 심각성과 그것이 불러온 파괴적 결과들을 논설하는 데 책의 대부분이 할애되어 있어서 까칠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이 스캔들을 극복해낼 수 있는가에 관한 책도 나온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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