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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지 사랑 ㅣ 믿음의 글들 226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오직 하나님께만 드려야 할 무조건적 헌신을
인간적 사랑에 바쳐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랑은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악마가 될 것입니다.
1. 요약 。。。。。。。
C. S. 루이스가 말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스트로게와 필리아, 에로스와 아가페라는 그리스식의 네 가지 사랑의 구분 개념을 차용해, 이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해 낸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루이스만의 독특한 문체가 잘 드러난다.
2. 감상평 。。。。。。。
우리나라 사람들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느낌을 묘사하기 위한 많은 의성어와 의태어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리스인들도 그 못지않게 어떤 개념에 대한 많은 분화된 어휘들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라는 말에 대한 네 가지 구분이다. 우리말로는 육친에 대한 사랑(스트로게)과 친구에 대한 사랑(필리아), 이성에 대한 사랑(에로스)과 무조건적 사랑(아가페) 등으로 흔히 구분하지만, 이 단어들에 관한 그런 단정적인 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감정을 누가 그렇게 칼로 베듯 예리하게 나눌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마다 구별해서 사용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스식의 구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많다. 자칫 이 책도 그런 뻔한 책 가운데 하나가 될 법도 싶었지만, 역시나 C. S. 루이스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그런 식의 방향으로 책의 전개를 끌고 가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사전적인 정의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대한 기독교적 내용을 재구성해나간다.(루이스가 말하는 애정과 우정, 에로스와 자비가 그리스의 사랑 구분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당연히 저자가 쓴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사랑에 대한 네 가지 구분을 해 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네 가지가 각각 어떻게 작용해 나가며, 또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고 (흔히 하는 오해인) 사랑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어떻게 파괴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지, 사랑의 부작용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사랑의 서열을 세우려는 부질없는 시도(이를 테면 남녀 간의 사랑인 에로스보다는 무조건적 사랑인 아가페가 더 우월한 것이라는 식의)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포함되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글의 내용이 현학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부분이다. 복잡한 내용을 대중을 적절한 예와 비유 등을 사용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명쾌하게 정리해 내는 것이 루이스의 장점일진대, 그런 장점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에 관한 빛나는 통찰력들(사랑이 최고로 고양될 때 그것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설명이 그 한 예)은 그런 약점을 만회하기에 충분한 득점을 올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