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한 남자. 그 사건은 14년 전 인천의 한 배 안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살해당한 남자의 아들과 그 유력한 용의자의 딸이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는 것. 하지만 얼마 후 둘은 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사건은 묻어지는가 싶었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제 미호라고 이름을 바꾼 지아는 한 기업의 총수의 아내가 될 정도로 화려하게 빛나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요한은 그런 미호를 위해 여전히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미호의 과거를 조사하고 있던 비서실장 시영과 요한을 뒤쫓는 형사 동수가 만나면서 미호와 요한 사이의 보이지 않던 끈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그림은 좋다. 새하얀 손예진과 시종일관 그늘져 있는 고수. 백야행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이 극단적인 색의 배치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두 배우들의 대사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런 백과 흑의 극단적인 대조는 자연스레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데, 이는 영화 속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요한의 살인행위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살인’은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핵심적인 소재 중 하나이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끊임없이 살인을 하며, 그럴수록 더더욱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하고 있듯, 남자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영화를 통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은 적어도 이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지만, 여기서 ‘죽음’은 ‘살해’가 아니라 ‘희생’을 가리키는 것일 때에야 가치가 있을 터. 



 

     영화는 존속살해로 시작해 자살로 마친다. 딱 일본식 통속 소설에서나 등장할만한 이 과도한 죽음의 남발은 인간 생명에 대한 어떤 존중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도구로 전락시키는, 그래서 인간의 생명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다는 유물론적 사상의 일그러진 표현이다. 자연히 영화에서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그 기반이 되어야 하는 ‘사랑’에 대한 감동이나 위대한 자기희생과 같은 숭고한 가치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으며(심지어 슬프지 조차 않다), 수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일그러진 내면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의 괴물만 보일 뿐이다.

     그림은 좋았다. 하지만 내용은 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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