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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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세기 후반에 로마를 덮친 사회 불안은  

과거처럼 평민층이 귀족계급에 대해 정치적 평등을 요구하며 일으킨 항쟁과는 달랐다.

기원전 2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항쟁은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빈민층과 부유층 사이에 일어났다.

 

1. 요약 。。。。。。。

     카르타고와의 두 차례에 걸친 대 전쟁을 마치고(3차 포에니 전쟁은 거의 일방적인 학살이었으니까) 단숨에 지중해 제일의 국가로 부상한 로마. 하지만 전쟁을 치루는 동안 로마의 주요 전략을 담당했던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귀족들은, 이제 전쟁의 열매들도 당연히 자신들만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동안 전쟁에 나갔던 것은 귀족이나 평민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당장 가장이 농사를 짓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큰 문제가 생기는 평민들과는 달리 귀족들은 이 기회를 통해 헐값에 나온 농지들을 사들여 대농장을 만든다. 여기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노예들을 통한 경작이 이루어지니, 로마 사회의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된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 이들이 바로 그라쿠스 형제였다. 호민관이 된 그들은 농지개혁을 통해 자작농을 육성하는 형태로 로마사회의 건전성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농지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 원로원 중심의 귀족들의 극렬한 저항으로 인해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이런 완고한 귀족 중심의 정책은 로마군의 주력을 이루던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고, 자연스럽게 로마군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시민군 형태의 로마군을 지원병제로 바꾼 인물이 마리우스였지만, 상비군 제도가 없는 로마에서는 그 지원병들 역시 전쟁이 끝나면 사회(실업자)로 돌아가야 했기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런 수십 년 동안의 혼란을 공화정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인물이 술라였다. 그는 군사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차지해 원로원 주도의 국정운영체제를 강화하지만, 사실 그런 그의 시도 자체가 더 이상 원로원에게 큰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예였을 뿐이다. 특출한 인물에 의해 강화된 집단지도체제란 것처럼 모순된 제도가 또 어디에 있을까. 결국 술라 사후 또 한 명의 뛰어난 인재로 인해 원로원 주도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함이 드러나고 말았다. 20대의 폼페이우스는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로마에 발생한 여러 위기들을 해소하고 단숨에 최고의 실력자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이것으로 술라 체제의 해체는 확정적이 된다.

 

2. 감상평 。。。。。。。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좌절된 것은 평민에게도 모든 관직을 개방한다는 획기적인 법률로 일찍이 귀족과 평민 사이의 갈등을 봉합해 그 힘을 외부로 쏟아 급속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로마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다시 그 둘 사이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로마 사회를 오랫동안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시오노 나나미가 원로원파와 평민파로 이름붙인 당파 사이의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의 법률은 두 계급 사이의 정치적 차원의 기회의 균등을 보장했지만, 이 시기 로마는 두 계급 사이의 경제적 차원의 기회 균등을 막아버리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물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신속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한 사회의 지도층들이 가져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가진 자를 위한 논리를 세우기 위해서 애만 쓰다가는 결국 국가 전체의 역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나아가 가진 자들 자신들에게도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 시기 로마는 동맹시들의 반발로 인해 큰 위기를 겪었고, 마리우스와 술라로 이어지는 로마에 대한 무력점거와 보복도 길게 보면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문제였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정권을 잡고 권력을 갖게 된 이들은 과연 이런 종류의 위기를 해결할 능력, 아니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정책의 주요 방향은 가진 자들을 향해 있고, ‘부자들이 돈을 써야 가난한 사람들도 혜택을 본다’와 같은 어림없는 말로 대중을 속이고 있다. 부자들이 호사스러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쓴 돈이 ‘평민들’에게까지 돌아오려면 족히 수십 번은 돌고 돌아야 한다는 말은 쏙 빼어 버린 채, 그라쿠스 형제를 죽였던 원로원 귀족들처럼 부의 재분배에 관해서는 입을 닫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사회 및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데에만 목을 매고 있으니, 수십조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거대한 사업계획도 좀처럼 서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

     로마의 위기는 결국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정으로 이행하는 원인(遠因)이 된다. 인간보다 체제에 더 집착하는 행위는, 결국 그 체제마저 유지시킬 수 없을 만한 위험요소를 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이 시한폭탄의 해체를 위한 수순에 언제쯤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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