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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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실패하면 그 민족에 치명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공해도 그 민족의 성격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그 민족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결정지어버리기 때문이다.

 

1. 요약 。。。。。。。

     서양에서는 드물게 수백 년(‘비잔틴 제국’으로 불리는 동로마 제국을 기준으로 하면 천 년)을 버텨왔던 로마 제국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앞으로 열다섯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집필하기 위해서인지(물론 1권을 집필할 때는 정확히 언제 끝날지 작가 자신도 몰랐을 테지만), 로마 건국 초기의 여러 상황들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서 천천히 고찰하고 있다. 물론 남아 있는 자료 자체가 너무나 적었기 때문인지, 로마를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를 알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한참 그리스에 관한 서술로 넘어갔다가 돌아오긴 하지만 말이다. 

     건국 초기의 왕정 시대와 이어지는 공화정 시대에 관한 서술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탈리아 북부의 에트루리아인, 중부의 삼니움족, 남부의 그리스계 여러 도시들과의 투쟁이다. 여느 국가들처럼 로마도 차례차례 인근의 부족들을 복속시키며 점차 세력을 넓혀갔지만, 역시 로마만의 특징이라면 패배자들까지 자신들에게 동화시키는 정책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피정복민들과 자신들의 권리를 온전히 공유하고, 심지어 그들 가운데 자신들의 왕을 선출하기까지 했던 로마인들의 ‘유연함’을 그들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2. 감상평 。。。。。。。                      

     패자를 동화시키는 정책은 과연 로마만의 독특한 전통이었을까? 사실 이런 모습은 비단 로마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가야계 왕족이었던 김유신은 신라의 귀족이 되었고, 결국 삼국통일의 주역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 심지어 일제도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한 후에 친일파들을 통치에 사용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피정복부족을 자신들의 왕으로까지 추대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저자도 밝혔듯이 사료가 워낙에 적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책 속에도 언급되듯 ‘에트루리아 계에게 로마가 지배를 당했다’는 학문적 설명을 하는 학자도 있다니까.

     요컨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로마식의 패배자들 중에서의 인재등용은 딱히 로마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당시는 아직 민족 개념이 두드러지던 근대도 아니고 고대 사회다. 당시 그리스 세계와 비교하면 로마 사회의 개방성이 뛰어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사실 세력이 약하고, 그래서 인물이 적은 국가나 도시의 경우 인근 부족이나 도시를 ‘흡수’해서 온전한 ‘자신의 살’로 만드는 것은 그리 역사적으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로마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역시 귀족과 평민 사이의 차별의 벽을 부셔버렸다는 데 있지 않을까. 진통은 있었지만 결국 평민들에게도 공직의 문을 완전히 개방하고, 그들의 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호민관이라는 직책까지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획기적인 정치 체제를 형성시킨 아테네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정신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자유민과 노예 사이의 신분적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이 체제는 안정적으로 확립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훌륭한 점은 그런 정책을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강한 내부의 결속은 분쟁이 일상화된 강한 적을 이길 수 있는 중요한 무형의 힘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진 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영속화시키고 나누지 않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 합법적 수단을 악용해 지키려고만 하고, 못 가진 자는 그런 가진 자들을 향해 분노와 절망만을 품고 있다. 차별을 줄이는 쪽이 아닌 가진 자들만을 위한 질서로 재편되어 가는 보며, 왜 오늘 우리나라는 로마제국과 같이 앞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가를 알 것 같다. 같은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의 모습 또한 비슷해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오늘날의 이탈리아는 더 이상 예전의 로마 제국이 아니라, 언론장악과 부정부패와 섹스 스캔들로 점철된 총리가 몇 번이나 재선되는 그저 그런 나라가 되었으니까.)

     역사는 사람을 지혜롭게 해 준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한 정치인들에게는 역사책을 읽을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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