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교육학 - 민주주의와 윤리 그리고 시민적 용기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사람대사람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올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비록 가끔씩 잘못 생각하는 일이 있기는 해도,

‘올바른’ 생각하기를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1. 줄거리 。。。。。。。 

 

     『페다고지』로 유명한 브라질의 교육학자인 프레이리의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교육의 본질을 ‘자유’라는 주제로 엮어 내고 있다.

 
     프레이리는 인간을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형성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므로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실제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의 교육에 관한 정의가 등장한다.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간이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


     자연히 이런 의미의 교육에는 ‘대화’가 중요해진다. 특히 교사는 단순히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학생에게 입력시키는 사람이 아니고, 가르치는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그는 학생으로 하여금 세상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학생에게 가르치는 내용과 학생이 처한 상황을 연결시켜 가르쳐야 한다.(프레이리는 이를 ‘정치적’이여야 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특히 프레이리는 세계의 억압 받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들이 받는 억압은 소위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라 억압적 질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며 참 교육은 그런 억압적 질서로부터의 진정한 자유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유의 교육학’이라는 책의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2. 감상평 。。。。。。。   

 

     『페다고지』를 워낙에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 책 또한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단순한 교사나 교육학자라기보다는 교육사상가에 가까운 저자였기에 책에 등장하는 개념들이 읽기에 쉽지만은 않았지만, 한 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 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교육에 관한 저자의 정의이다. 단지 체제에 순응하는 군중을 만들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유로운 시민을 길러내는 하나의 정치적 작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익히 통하는 ‘막무가내 식의 아집’이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 참여적’이라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자유의 교육학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은 프레이리가 지적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단지 학생에게 지식만을 쌓는 ‘은행 저금식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라 단순한 훈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훈련’의 결과인지 최근 일부에서는 ‘좌편향 교육에 대한 시정’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자기들은 꽤나 중립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실은 우편향으로 치닫는)을 실제로 믿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이런 교육의 붕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결국 현재의 왜곡된 사회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고착화되어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악한 상황으로 전락해갈지도 모른다. 학대와 억압을 받는 사람들은 점점 그 정도를 더해갈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상상하기 싫은) 폭력과 분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는 교육에 있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서 그 ‘가능성’의 현실화를 위한 중요한 양분이 교육인데, 그 가능성의 실현으로 현재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잃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교육 정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니 말은 다 했지 뭐.

 

     가르침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지, 교육과 그것의 실현, 그것이 지향하는 바, 현실 참여적인 교육의 개념, 그리고 억눌리고 약한 사람들에 관한 관심까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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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맨 2008-12-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ulo Freire는 저도 참 존경하는 교육사상가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되었고요. 미국 내의 교육대학원들은 Freire의 교육에 대한 이해가 mainstream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는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한국의 '전교조'도 Freire의 철학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전교조는 학생들의 '의식화'를 등한시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정치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의식화하는 대신 교육의 민주화라는 자신들의 어젠다를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Freire 당시의 브라질은 글을 읽고 쓸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런 이유에서 좁은 의미에서는 문맹자들로 하여금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문맹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부터 나왔고, 서방에서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교육과 의식화를 통해서 특히 소수자들에게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으로써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가르침과 축복을 통해서 왜곡된 사회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종교가 되어버린 기독교가 잃어버린 사회 정의의 목소리를 해방신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Freire를 읽으면서 해방신학을 도매금으로 비난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

노란가방 2008-12-04 22:08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는 그 정도의 대접을 받고 있군요. 고무적인 일입니다.
우리나라 교육당국자들은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면서
그런 부분은 왜 안 본받는지..

프레이리와 해방신학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WCC쪽에서 일하기도 했던 걸 보면 분명히 뭔가 관련이 있었겠죠.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저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랍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관련해서 말이죠.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레이리식의 교육방식을 사용하게 되더군요. 역시 탁월한 사상가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