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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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지중해 동부 연안에 위치한 로도스 섬에서 벌어진, 성 요한 기사단과 이슬람 세력의 전투를 주제로, 당시 유럽의 정치적 변화를 짚어내고 있다.

 

     사실 전투 자체는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가지고 있었던 이슬람 세력이 당연히 이기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전의 의지를 다졌던 성 요한 기사단원들의 용기였다. 하지만 책 자체의 내용은, 상당히 중량감이 떨어진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역자의 설명대로, 세 이야기 중 첫 번째와 마지막의 중간역할을 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적으로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부족했고, 책 자체의 내용도 약간 빈약했다.

     저자는 몇 가지 문헌을 근거로 당시 로도스 섬에서의 전투에 참여한 몇몇 인물을 찾아냈고, 그들에게 가공의 성격을 부여해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말하게 한다. 단순한 시대서술이 아니라, 인물의 말과 생각을 통해 당시 시대 상황을 설명한다는 점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10권이 넘게, 거의 20권 가까이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으면서 이제야 좀 글이 보이는 듯 하다. 이제는 전처럼 이런 서술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게 되었다. 책의 여러 부분에서 등장인물의 생각이 아닌 저자의 생각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신적 가치 - 특히, 종교 -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자의 반감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고, 그 결과로 기사단을 하나의 해적집단으로, 또 건전하지 못한 정신의 소유자들로 낮춰보는 부분도 보인다. 모두 저자의 반 기독교적, 실용주의적,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에 근거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시오노 나나미의 글다운 책이다. 저자는 두려워하는 것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따름이고, 나는 적어도 역사를 다룬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뱉고 있는 주관적인 언사가 불만스럽게 여겨질 뿐이다. 아무튼, 시오노 나나미의 글 중, 가장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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