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버스를 탔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버스는 시내버스가 아니라
좀 더 멀리까지 가는 고속버스죠.
고속버스 한 번 탄 것이 무슨 큰 일이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평소의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큰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처럼 나가기를 싫어하는 녀석이
밖에, 그것도 고속버스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갈 생각을 하다니 하고 말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내 의사에 따라,
이런 식의 여행을 위해 스스로 차에 올라본 적이 없구나 하는.
사실 그랬습니다. 언제나 타의에 의한 것이었죠.
학교에서 가야하는 수학여행, 졸업여행, MT
교회에서 가는 수련회들
그리고 가족이 모두 함께 움직여서 따라가는 시골여행.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한 번도 저 스스로의 의사로 집을 떠나 여행이란 걸 가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뭐가 그리 바빴을까요, 아님 역시 성격탓일까요.
너무 나 중심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대로 있고
그 대신 내 주변의 것들이
'알아서' 나에게 맞춰주기를 기대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가만히 있고 모든 것이 나에게 '오는' 것만 생각했지,
내가 '가는' 것은 거의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삶이란 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과정인데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여행을 한다는 것도
꽤 흥미있는 일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냥 사진기 하나 들고 혼자 버스에 올라서
아무데나 가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
사람이란게,
역시 몸을 좀 움직여 주어야
힘도 나고, 생각들도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새로운 것들, 다른 것들을 접하는 경험들이
무뎌진 여러 감각들을 자극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