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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 ㅣ 카르페디엠 15
질 페이턴 월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혼자가 아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 나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겨서
주위 사람들이 자기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외로운 섬처럼 혼자 누워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1. 줄거리 。。。。。。。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런던. 전쟁이 지속되면서 영국 정부는 어린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시골로 대피시키기 시작한다.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던 빌도 그렇게 시골로 떠나는 기차에 올라타게 된다. 하지만 빌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한 시골집에서 며칠을 머물던 빌은 아버지를 찾아 다시 런던으로 떠난다.
하지만 이미 런던 시내는 전장이 된 지 오래였고, 군대에 간 빌의 아버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대신 빌의 앞에 새롭게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빌처럼 피난을 가려다가 배가 침몰해 겨우 돌아오게 된 소녀 줄리였다. 누구 하나 믿고 의지할 사람 없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나가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2. 감상평 。。。。。。。
내 방을 정리하시던 어머니가 책을 집어 드시더니 책장을 쭉 넘겨 훑어보신다. 읽으려고 그러시냐고 했더니 책 제목이 마음이 들어서 읽을 만한 책인가 해서 보셨다고 하신다. 제목이 썩 ‘예쁘게’ 지어진 책이다.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특히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년과 소녀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사람이라서(이탈리아는 독일, 일본과 함께 2차 대전의 추축국 중 하나) 사람들에게 경원시 당하면서도 어눌한 영어로 빌과 줄리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주는 마르코, 부자지간인 큰 버트와 작은 버트 등은 전쟁이 반드시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던가 하는 생각에 반대를 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소년을 시점으로 하는 서술(1인칭 주인공 시점)은 소녀에 대한 소년의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자신이 정확히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소년의 순수한 사랑은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현대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날카로움이나 세련됨은 좀 부족해 보이지만, 황순원의 ‘소나기’ 등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