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차를 몰고 태안으로 가려는데 좀 막막하더라구요.
단체에 소속돼서 가는게 아니라 그냥 개인적으로들 가는 거라서
제대로 일은 할 수 있을지, 정확히 어디로 가야할 지...
장비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습니다.
같이 가기로 한 후배녀석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둔 게 있더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릴 수 있는 방진복(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거요),
방진 마스크에 고무장갑까지.
덕분에 완전 무장을 하고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간 곳은 꽃지 해수욕장 부근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아니라 그런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오염된 것 같지 않더라구요.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돌마다 작게는 몇 mm에서 크게는 몇 cm까지
검은 반점들이 묻어있더군요.
기름이 직접 덮친 건 아니지만
작게 부서진 기름 방울들이 찬 물을 만나서 굳어진 후 떠다니다가
밀물 때 해안 가까이 와서 돌들에 붙어버린 거죠.
문제는 햇볕을 받으면 그게 다 녹아서 흘러내린다는 것과
닦고 닦아도 밀물이 들어오면 다시 또 생긴다는 것,
그리고 워낙에 넓어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다는 겁니다.
제가 가서 주로 한 일은
그 기름 똥들을 닦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이틀을 닦았지만 그래봤자 제가 한 일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기에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이번에 나가면서 정말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장비도 무료로 받았고,
도착해서는 그 근처 교회 분의 도움으로 숙박도 무료로 할 수 있었고,
인근 마을 부녀회에서 무료로 주신 뜨거운 김치국에 밥도 말아 먹어보고
눈에 비에, 우박에, 칼바람에 날씨는 참 궂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얼른 복구가 다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