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시엥레짐에서 단지 왕의 무능력만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재정지출을 건전화해야 한다는 신하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등 국가 운영에 나름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기도 했다.(물론 그 정책이 실패가 결과적으로 밀가루 파동을 일으켰지만) 그리고 여기서 저자는 고등법원의 법관들에 관한 언급을 한참 이어간다.
이들은 이른바 법복귀족이라고도 불리는 문신들로, 왕에 대한 다양한 봉사의 대가로 귀족 신분을 얻게 된 이들이다.(판사의 역할을 함께 맡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과 달리 법관의 지위는 상속이 가능했고, 그 덕분에 귀족 신분을 대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왕의 충실한 신하이기만 한 것 같지만, 또 이들은 다양한 수단으로(예를 들면 왕의 결정이 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을 담은 상소 등으로) 왕을 압박하고 견제할 수 있었다.(물론 이게 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비유하자면 조선 시대 중신들과 국왕의 관계와 비슷했는데, 분명 신하들은 왕이 임명하지만, 왕이라고 해서 신하들의 의견을 그냥 다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왕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그 아래서 왕의 실정에 저항하지 않고 특권만 누려온 귀족들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장관인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느냐는 한심한 이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임면권자라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으면, 단두대로 향할 수밖에.
시간이 나는 대로 차근차근 한 권씩 손에 들어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