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 음모론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관계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법
정재철 지음 / 원더박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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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도 ‘음모론’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배후의 무엇을 떠올리게 된다. 음모론 자체는 꼭 정치에 한정되지 않지만, 요새 이 개념이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지는 건, 역시나 정치세력과 결합해서 사람들을 선동하며 사회를 극렬한 분열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음모론에는 보수와 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요새는 극우 진영에서 부정선거론을 단골 소재로 우려먹고 있지만, 내 기억에 근래 들어 최초로 이런 주장의 음모론을 주장한 건 김어준이었다. 자비로 영화까지 만들어서 선거조작 의혹을 제기했었고, 비슷한 일은 세월호 사건 때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앞서 말한 대로 정 반대 진영에서 관련 음모론을 외치고 있다.





책은 음모론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음모론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왜 그걸 믿는지, 음모론이 일으키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살펴나간다. 그리고 아직 얼마 지나지 않은 12.3 계엄 사태를 “음모론이 촉발한 최초의 쿠데타”라고 정의하면서(이건 뉴욕타임스에서 해당 사건을 “알고리즘 중독이 촉발한 세계 최초의 반란”이라고 보도한 것에서 나온 표현인 듯하다) 음모론이 국가를 뒤흔들 수도 있음을 아울러 경고한다.


책의 말미에는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공감과 같은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감이란, 그래 네 말이 맞아 하는 식의 우쭈쭈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점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데, 그럴 때 그에게 심리적 의지가 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음모론에서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될 거라는 말.


하지만 책에도 실려 있는 실제 예들을 보면, 그렇게 해도 좀처럼 음모론에서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책에 나온 사람들도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마치 불법약물처럼, 음모론도 일단 한 번 빠지면 계속해서 금단증상에 시달리며 더 자극적인 음모론을 찾아 나서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 차원에서 음모론에 처음부터 발을 내딛지 않을 수 있는 정보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내용이 약간 실려 있는데, 사실 뭔가 뾰족한 수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매일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원래 건강하고 건전한 일을 위한 작업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며칠 전, 국내 고교 야구 대회에서,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광주 소재의 학교와 시합을 하던 중, 5.18를 조롱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응원(혐오) 구호를 외친 것이 중계에 잡혀 큰 물의가 일어났다. 해당 학교는 6개월간 대회 출전 금지라는 징계가 내려졌는데 나름 합리적인 처분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음모론에 기초한 혐오 정서가 진작 어린 아이들 수준으로까지 퍼져 있음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는 부분이다.


심지어 어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총리급 부위원장이 해당 뉴스를 가리켜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멍청한 소리를 했다가 결국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되는 일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민주 국가에서 참 중요한 요소지만, 그 자유가 명백히 허위이고 나아가 혐오를 위해 조작된 내용이라면 그것까지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그런 사회에서 ‘진실’은 그 존재가 무의미해질 것이고, 결국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에 의한 약육강식의 문화가, 착취와 지배의 분위기가 퍼지게 될 테니 말이다.


오늘도 여전히 음모론에 빠진 적지 않은 무리들이 어딘가에서 자기들이 뭔가 대단한 걸 지키고 있다며 길에 나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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