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인 THE COIN - 스테이블코인이 이끄는 화폐 대격변의 시대
성상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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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떡하니 The라는 단어를 넣은 건 자신감을 반영한 걸까? 부침은 있으나 코인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십 수 년 전 비트코인이라는 게 처음 등장했을 때, 이걸 어디에다 쓰나 싶었던 사람들 누구도 이제 그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다. 현대 1비트코인의 가격은 9730만 원 정도다. 엄청나다.


물론 어떤 현물 자산이나 가치 표시가 된 화폐와도 연동되지 않은, 순수한 데이터일 뿐인 비트코인에 그렇게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게 정당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책 말미에 저자는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에너지 등의 비용(8만~10만 달러)을 고려해 하한선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비용으로 무슨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지워지진 않는다.





이 책의 전반부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은 둘 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개념은 전혀 다르다. 비트코인이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복잡한 수식을 푸는 대가로 얻어진다면, 스테이블코인이란 발행액과 동일한(혹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가치의 담보를 잡고 발행되는 일종의 담보부증권과 비슷한 느낌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은행 거래는 은행영업시간의 제한과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해외 거래의 경우 며칠 씩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거의 즉시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속도의 비약적인 향상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더 빠르고 편리해진 송금 서비스 정도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담보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운용사는 발행한 코인의 금액 이상의 담보물을 보유해야 한다. 이 때 당연히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데, 담보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미국 달러나 미국 국채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미국 정부가 왜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려고 하는지로 연결된다.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은 끊임없이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국채를 사줄 사람(국가/기업 등)이 무한정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정확히 그 금액만큼의(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국채가 팔리게 되는 셈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재정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되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통화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명목 GDP도 높아진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채의 실질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빚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여러 모로 미국 정부로서는 부채질을 할 만한 도구다.


물론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전통적인 재정 운용에서는 중앙은행과 재무부 등의 공식적인 기관을 통해서 어느 정도 통화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완전히 민간에 주도권이 있다. 경제제재 같은 것을 우회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도 하는 것 같은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의 특성상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게 결국 어떤 쪽으로 흘러갈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는 것.





사실 책은 칼럼형식으로 짧게 쓰인 글들을 여러 개 모아놓은 형태라서 하나씩 읽어나가기에 부담이 없다. 다만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단점. 스테이블코인이 뭔지 전혀 몰랐던 차에 그 개념과 기능을 조금은 알게 해 주었으니 나름 유익한 독서였다. 그 자체가 일종의 투자/혹은 투기인 비트코인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의 편의성 쪽에 방점이 찍힌다.


그런데 그저 새로운 결제 수단처럼 보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국가 단위의 재정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니,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게 많다. 다만 책 후반으로 갈수록 애초의 주제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 투자 같은 주제로 퍼져서 조금은 느슨해진다는 느낌도 준다. 뭐 그래도 교양으로 알아둘 만한 것이고,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확장적 지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투자나 경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양삼아 한 번 읽어 볼만한 책. 중요한 개념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언젠간 도움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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