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살아있는 설교
임도균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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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본 가장 인상적인 내러티브 설교는 필리핀에서였다. 반 년 정도 머물렀던 기간 동안 몇 번 참석했던 현지 교회 예배였는데,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이브 예배 시간에, 나이도 지긋한 해당 교회 담임목사님이 겨울에나 입을 것 같은 숄을 걸치고 등장하면서 설교가 시작되었다.


“나는 동방에서 온 박사입니다”로 시작했던 그 설교는 (영어로 진행되었던 탓에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뒤로도 종종 생각나곤 한다. 휙휙하는 바람소리도 (입으로) 내고, 마치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물씬 안겨주었다.(주보에 설교의 요지를 미리 실어주는 교회여서, 영어가 좀 안 들려도, 혹은 설교 스타일 때문에 내용이 잘 안 들어와도 따라갈 수 있게 해두었다)





이 책은 내러티브 설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책이다. 굳이 말하면 설교방법론, 실천신학 쪽이라고 볼 수 있다. 설교 하면 흔히 떠오르는 주제식 설교는 듣는 사람에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반해, 그게 그 것 같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어떤 본문을 가져와도 설교자의 스타일로 재가공되어 나오는, 레토르트식품 같은 느낌이 있다.


반면 내러티브 설교는 본문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듣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주제식 설교가 조금 건조하고 딱딱한 강의 같다는 느낌을 준다면, 내러티브 설교는 청중의 흥미를 좀 더 자극한다. 사실 복음서에 실려 있는 예수님의 설교는 대개 이야기방식이기도 하다. 그분의 말씀이 우리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내러티브 설교를 잘 못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남은 게 없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내러티브 설교를 준비할 때 단순히 이야기 구연이 아니라, 철저한 설계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열 가지 단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뭐든 차근차근 가르치려면 이런 식의 구분 동작이 필요하긴 한데,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살짝 부담스러운 감이 있긴 하다. 마치 수영의 구분동작을 하나씩 글로 적어놓은 느낌이랄까.(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러티브 설교가 무엇인지, 그 필요성과 장점을 장황하게 쓰는 대신, 실제로 어떻게 하면 당장 준비해 볼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면이 좋다. 여기에 관심이 있는 설교자라면 차근차근 연습해 보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두 달 정도(대략 8회의 설교) 해 보면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내러티브 설교의 가장 어려운 점은, 실제로 그렇게 설교를 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고는 어찌어찌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실제로 강단 위에서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뭔가 어색하고, 좀 간질거리고 그런 느낌이 들게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조금은 엄숙해 보이는 목사의 이미지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테니까.


학창 시절 채플 시간에 내러티브 방식의 설교를 하셨던 설교학 교수님의 설교를 들을 때도 ‘이거다!’라는 느낌은 못 받았었다. 생각해 보면 초반에 언급했던 필리핀 목사님의 설교와 크게 다른 방식이 아니었는데도, 왠지 한국어로 그렇게 하는 건 어색하게 느껴진다. 물론 내러티브 설교라고 해서 하나같이 구연동화나 스킷 드라마처럼 하는 건 아니다. 설교의 진행 방식과 설명 방식의 문제인데, 그걸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또 회중과 교회의 분위기에 맞게) 잘 녹여내는 건 시행착오와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러티브 형식의 설교를 좋아한다. 가장 중요한 건 회중을 성경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고, 여기에 이 형식이 꽤나 좋은 효과를 가져오니 말이다. 물론 본문에 대한 성실한 연구와 평소 풍부한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 쌓기, 그리고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훈련은 필수적이다.


책에 나오는 10가지 단계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게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러 이 원리들을 자유롭게 녹여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좋은 설교자가 되기 위해서 한 번쯤 정독하며 연습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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