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 전쟁은 가장 어려운 전쟁 유형 중 하나다. 어지간한 강대국도 양면에서 강한 적과 마주하는 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데 제대로 된 신앙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 힘든 전장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C. S. 루이스도 그의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딜레마다. 한 쪽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 데, 이 쪽에 대응하다 보면 저쪽 편이냐는 공격을 받기 일쑤라 치열한 진영논리 속에서 고립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이런 입장이 언제나 두루뭉술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꼭 혼란의 시대가 아니더라도 극단적인 주장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끄는 법이니까. 그러나 극단은 필연적으로 충돌을 낳는다. 트럼프로 노골화된 미국의 문화전쟁이 민간인을 향한 총질도 마다하지 않는 무장 사병집단(ICE)으로 확장되는 모습은, 지난 친위쿠데타 사건을 겪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 다 단순히 똘아이 같은 대통령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광장을,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자리가 아니라, 귀를 막은 채 끊임없이 자기주장만 되뇌는 집회장으로만 인식하는 강력한 집단적(이 쪽이나, 저 쪽이나) 사고가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결국 돈과 권력이 있다.
확실한 건 우리의 광장에 필요한 건 거대한 돌덩이로 총 든 형상을 세우는 게 아니라,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방 선거를 며칠 앞두고 있는 이 즈음, 우리나라의 상황은 결코 낙관할 수 없을 것 같다. 온라인에 가득한 혐오는, 이제 누구도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나와 다른 진영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향해 퍼부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저자가 말하는 대화의 광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의 배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상황을 분석하고 풀어낸다. 훌륭한 솜씨다. 몇 번은 다시 읽으며 책 속의 논리를 깊히 익히고 싶은 책. 상반기 읽은 책 중에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