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 -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박국서 강해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 지음, 조덕환 옮김 / 시들지않는소망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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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아마도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성경을 처음 읽고 있었을 때, 하박국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났었다. 이 사람 뭔데? 하는 느낌이랄까. 처음부터 하나님께 항의를 하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보겠다는 꽤나 도발적인 선지자. 성경에는 정말 다양한 성격의 선지자들이 나오지만, 하박국만큼 이색적인 인물도 없었다.(물론 나중에 보니 요나도, 호세아도 특이한 인물이긴 하다)


이 책은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신학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금은 쉽고 편안하게 쓴 하박국 해설/강해서다.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신학적인 고찰이나 원어 연구 같은 내용은 적고, 대신 현실로의 적용 부분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하박국은 화가 나 있는 선지자가. 그 주된 이유는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시대로부터 2000 하고도 몇 백 년이 더 지난 오늘날도 현실은 비슷하다.


초강대국 미국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을 군대로 때리고 있고, 나머지 나라들은 그런 미국이 두려워 대놓고 반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진작 윤리적 파탄이 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말 그대로 깡패다. 수많은 나라들 사이에서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 정치세력들이 설치고, 심지어 제1당이 되기도 한다. 어중이떠중이들은 그런 파시스트들을 추종하며, 그들에게서 현실의 비참한 자신을 덮어줄 ‘가오’를 찾는다.


하박국은 왜 하나님이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 보시느냐고 항의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항의를 무시하지 않으시고 대답해 주신다.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훨씬 더 큰 규모로, 한 시도 쉬지 않고 진행 중이다. 눈을 크게 떠라. 우리도 종종 신앙을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온 우주의 하나님이 오직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맞춰주시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박국의 하나님은 그런 잘못된 기대를 깨뜨리신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하나님은 하박국이 고발하고 있는 현실의 악한들을 가만두지 않으신다. 저자는 특별히 제국주의적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과 연결시킨다. 하박국 당시의 바벨론이 그런 제국주의적 폭력의 대명사였지만, 그런 세력은 하박국 시대 이후에도 수없이 등장했고,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하나님은 반드시 악인들의 행위에 대해 심판을 하실 것이다.





저자는 하박국의 주제가 두려움에서 확신으로의 전환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전히 선지자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성격이 바뀌었다. 저항으로서의 두려움에서 신뢰로서의 두려움으로 변했다는 것. 여전히 선지자의 눈 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그에게는 두려움이 남아 있다. 또,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의 방법을 모두 알 수 없기에 그는 불안해한다. 하지만 이제 그는 신뢰로 그런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건 오늘날의 많은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좀처럼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여전히 고민은 넘쳐나고, 걱정거리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믿음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애초에 믿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눈에 보이는 문제들은 우리의 마음을 언제나 더 쉽게, 더 빨리 휘젓는다.


믿음은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믿음으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런 것들을 해결해 주시기를 빌고 구하지만, 또한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하박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하박국의 전체적인 내용을 잡아가는 데 훌륭한 도움이 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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