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챙김 - 내 안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
채정호 지음 / 선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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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저자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영성챙김”이라는 방식을 발견했다. 이 용어가 좀 생소하다. 영어로는 Spiritfulness라고 표기하는데, 어떻게 봐도 신조어인데, 비슷한 느낌의 단어로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요새 여기저기서 들리긴 한다.


사실 이 두 개념은 거의 비슷한데 강조점이 약간 다르다. 사실 기존의 정신과 치료의 주된 방향성은 정신적 고통을 회피하거나 억제하는 데 있었다면, 마음챙김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주의, 알아차림, 수용이라는 단계는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대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다분히 종교적 태도에 가깝다. 실제로 이 마음챙김은 불교적 수련법의 하나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영성챙김’도 사실 비슷한 방법론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마음챙김이 가져다주는 정신, 심리치료적 효과를 유사하기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자신을 살피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복원하고, 영적인 회복을 꾀한다는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 전반에 걸쳐서 이런 차별점에 대한 강조가 자주 보인다. 다만 이건 “영성챙김”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방법론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논리처럼 느껴진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이런 시도를 이교와의 혼합주의라고 경계 내지는 비난하고 있기 때문.


그런데 사실 이런 접근은 애초에 자기모순적이다. 기독교가 처음으로 만든 것이 얼마나 될까? 인류 역사만 해도 문자 기록이 남지 않은 선사시대를 제외해도 5~6천 년은 된다. 기독교가 출현하기 이전의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 가운데 영향을 받지 않은 게 몇 개나 있을까. 실제로 기독교 예배 가운데도 이미 근원을 따져보면 상당히 멀리서 온 요소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명백히 이교적 영향이 남아있는 것들이라면, 효과가 좋으니 무조건 받아들이자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반복해 입증하려고 했던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서는 시간은 기독교 역사 가운데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신앙의 방식 중 하나다. 이른바 “영성챙김”이란 누구나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이 방식을, 몇 가지 도구를 통해서 도와주려는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관건은 ‘익숙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서유럽의 가톨릭 신앙의 결을 이어받은 주류 개신교 신학은 처음부터 조금은 이지적인 측면에 기운 상황이다. 나도 여기에 익숙해 있기에, 책 후반부에 실려 있는 열세 가지의 영성챙김(기독교적 명상?)의 실제 예를 보면서 어색함을 느꼈다. 그런데 현대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정교회에서는 이와 비슷한 방식의 영적 수련이 널리 퍼져 있기도 하는 걸 보면, 함부로 폄훼하는 것도 “기독교적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성경을 익히고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일상 가운데서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바울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데에는 이 책에서 제안되고 있는 방법론이 나름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신비주의자의 항해가 언제나 바른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다는 C. S. 루이스의 경고도 항상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적절한 지도(신학)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 부분에서는 이른바 영성챙김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영적 우월함 같은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목회적 상담을 하다보면, 단순히 이론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론에 충실하면서도, 개인의 삶에 하나님을 짙게 경험할 수 있는 훈련법들이 아울러 제시된다면 분명 기독교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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