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길들여진 믿음 - AI 시대, 교회는 알고리즘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홍광수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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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상물 속 반기독교적 코드를 읽어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미디어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의 문제를 다룬다.


책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은 좀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개념보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한 설계, 그 과정을 말한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던가. 자기 전 휴대폰을 열어 쇼츠를 하나 눌렀다가 한참을 계속 화면을 위로 밀어내면서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거나, 뭘 하나 검색하면 금세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내가 검색한 상품과 비슷한 상품 광고들이 잔뜩 뜨는 그런.


이런 알고리즘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주의를 오래 잡아끌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인 자극을 추구하고, 반복적으로 오래 그런 것들에 노출되다보면 사람들의 뇌에도 분명 영향을 준다. 이제 우리는 조금만 긴 이야기에도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런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건 수익을 내기 위해 일을 하는 기업이다. 결국 그런 알고리즘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끝없이 우리의 돈과 시간을 바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의미.





사실 이 책은 이런 일반적인 알고리즘 종속의 문제를 넘어, 신앙적 차원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훌륭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면,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말씀을 묵상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요새 유행하는 건 3분, 1분 안에 핵심을 전달하는 쇼츠형 설교 콘텐츠이다.


이 ‘즉각성’, 즉각적 만족에 매인 태도는 신앙의 핵심을 놓치게 만든다. 저자에 따르면 “하나님과의 만남은 즉각적인 답변이나 요약된 진리 속에 있지 않”으며, “침묵과 기다림, 질문과 씨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은 때로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들의 연속이다. 기도를 한다고 해서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이 아니고, 매 예배 때마다 하나님을 만나는 느낌을 얻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들은 충분한 축적이 있은 후에야 뭔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알고리즘적 즉각적 응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교회 공동체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들에 좌우되곤 한다. 교회가 갖춘 인프라, 교육 시스템, 온라인 서비스의 제공 여부, 찬양팀의 규모와 실력 같은 것들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신앙생활도 ‘좋아요’를 누르는 콘텐츠화가 되어 버리는 것.





책 전반에 걸쳐서 알고리즘을 강요하는 현대의 디지털 문화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마지막 장인 4장에서는 이른바 “블렌디드 교회”라는 개념을 가지고 와서 기존의 전통적인 신앙생활의 형태와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섞은(블렌디드) 형태의 전망을 하는 것도 독특하다. 개인적으로는 내용상 앞의 것들과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긴 한데, 책 자체가 너무 반문화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일까.


저자는 교회가 단순히 디지털과 멀어져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실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4장의 마지막 절에는 아날로그적 삶이 주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반 디지털 쪽으로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내적 갈등이었으려나...



이 시점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주제였다. 책에도 언급된 것처럼, 급격히 변하가고 있는 세상에서 교회는 그저 상황을 뒤쫓아 가기에 급급했던 면이 있다. 이미 AI라는 도두가 우리의 신앙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상황이지만, 늦었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계속 늦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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