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들의 소꿉장난.


앞서 나왔던 영화 “길복순”은 센세이셔널했다. 물론 여기저기서 본 듯한 클리셰들이 잔뜩 있긴 했지만, 이런 스토리의 영화를 우리나라 배우들과 한국어 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전도연과 황정민이 칼싸움을 하는 영화를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그 영화의 속편이 나왔다고 해서 어느 정도 전편에 근거한 기대를 갖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건 무게감이라든지 분위기가 확실히 이전만 못하다. 주인공 킬러 역에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잘 어울리는지는 좀처럼 확신이 안 들고, 상대역인 신재이 역을 맡은 박규영 역시 깊은 고민이나 내면의 복잡한 감정 같은 걸 표현하기에는 아직 좀 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카메오로 잠깐 얼굴을 비친 전도연의 몇 마디가 더 임팩트가 있었다고 하면 좀 가혹한 평일까.


전작 길복순이 흥미로웠던 건, 거대한 킬러 회사와 그들로 구성된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설정만이 아니라(이건 존 윅 시리즈에서 훨씬 더 잘 구현되어 있다), 업무 외의 시간에 복순의 가정사가 묘사되는 과정에서의 갭 차이도 중요한 몫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다. 주인공 사이의 썸 비슷한 게 있긴 한데, 그것뿐이라면 한국 드라마 특유의 고질병(회사 다니면서 연애하고, 법정에서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고..)의 반복일 뿐.





스토리는 또 왜 산으로...


영화는 전작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길복순은 일을 그만두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홀로 전쟁을 시작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제 이 킬러들의 세계관을 창조한 전임 회장이 죽은 상황에서 조우진이 연기하는 독고라는 인물이 복귀해 다시 회사와 킬러 세계의 질서를 수습하려는 상황.


그런데 이 정도까지 묵직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그걸 깨려는 쪽도 그에 상응하는 무게감을 지녀야 어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질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신재이의 행동 뒤에는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라는 이유로 돈지랄을 하는 벤자민 조라는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애초에 킬러들의 세계에서 신재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유능했는지 모르지만, 어디서 물주 하나 물고 왔다고 해서 저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걸 나머지 조직들은 멍청하게 그냥 보고만 있다고?


심지어 신재이가 독고와 싸우러 가는 것까지는 억지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데, 내심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주인공 이한울이 그녀와 함께 독고에게 달려드는 건 도대체 뭐 때문인지 감도 안 잡힌다. 이게 이른바 MZ식 사고라는 건가? 안 그래도 여리여리 캐릭터라 언제 개그가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한데, 이런 식으로 스토리까지 무너지면...





스타일리시한 액션?


그나마 전작을 계승한 건 스타일리시한 액션씬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다들 킬러들이라는 설정상, 살상용 무기를 들고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칼 대신 주인공 이한울은 사마귀라는 별명답게 일종의 낫을 변형한 무기를 들고 있고, 독고의 경우 톤파를 개량한 살상 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존 윅 식의 총이라는 편리한 무기를 왜 사용하지 않는 건지는... 우리나라에선 총기규제가 심하기 때문인 걸까? 애초에 이 정도의 대규모 암흑세계가 존재하는데, 단지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권력이 모른 척 할까. 우리나라가 멕시코 같은 갱단에 지배되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이 수도 없이 잘리고 죽어나가는데, 그 장면이 단지 멋있다 정도로만 묘사되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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