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사용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이 짧은 에세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메시지에 반응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고, 결과적으로(꼭 이 에세이의 결과는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 세계적인 빈곤을 줄여왔다는 것도 긍정적인 차원이다.
다만 예전부터 이 저자의 글을 읽으며 떠올랐던 의문은 이 정도의 강한 당위를 유물론과 진화론 따위의 얄팍한 철학적 근거 위에 세우는 게 가능한 것인가였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그것이 옳으니까(윤리적인 행동이니까, 도덕적인 일이니까)”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옳음, 도덕, 윤리 같은 개념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애초에 진화에서 무슨 ‘목적’을 찾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그래서 일부 유물론자들은 목적론적 윤리학을 주장하는 마이클 센델 같은 학자들을 심하게 깐다.) 하지만 그래서는 가장 초보적인 윤리적 개념에도 이를 수 없기에, ‘그냥 그런 것’이라고 퉁치고 넘어가곤 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싱어 역시 마찬가지(“진화가 우리에게 물려준 도덕적 직관”, 31).
사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열심히 회피한다(그냥 인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에게 인간의 도덕, 윤리의식은 그냥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라. 가진 재산을 낼 수 있는 데까지 내서. 저자는 우리의 생활수준이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준보다 더 떨어지기 전까지 도와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의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 어쩌면 저자의 전제가 애매한 생각 위에 세워졌기 때문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