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학부 시절, 같은 책을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읽어본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의 반의 반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많이들 그랬듯이, 그 나이 대에는 좀 더 많은 지식을 움켜쥐려고 하고, 음미하는 시간은 낭비라고 느끼기 쉬우니까.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책은 (번역자가 달라진 것도 한 몫 했을 지도) ‘여기 이런 문장들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새롭게 느껴진다. 일생을 한 수도원의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조용히 살다가 몇몇 글을 소박하게 남겼다는 기억 속 인상과 달리, 여러 외부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적극적으로 일상 가운데 하나님을 인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설명하는, 조금은 권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